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 앞.
컨벤션센터의 주요 전시장 중 하나인 센트럴홀 앞 '베가스 루프 스테이션'으로 내려가니 테슬라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 10여대가 주차구역에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 중인 차에 올라탄 기자가 또 다른 전시장인 웨스트홀로 가자고 하니 차량이 출발했고, 곧이어 작은 터널처럼 생긴 '루프(Loop)'가 등장했다.
차량은 루프를 따라 빠르게 달려 잠시 후 웨스트홀이 있는 웨스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운행시간은 1분30초 남짓. 최고 속도는 시속 60km 안팎이었다. 기자가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고 하자 운전자는 "터널 길이가 짧아서 그렇다"고 답했다. 비용을 물었더니 "이번 전시회 기간 관람객들에게는 무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CES 주최 측인 CTA(소비자기술협회)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터널 굴착 기업 보링 컴퍼니는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대형 컨벤션센터를 지하 터널로 잇는 '베가스 루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루프를 이용하면 관람객들은 걸어서 15분 거리를 2분 이내에 갈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베가스 루프'는 지난해 터널 굴착이 마무리됐다. 편도 1.37㎞ 길이인 두 개의 단방향 터널로 구성돼 있다. 올해 신축한 새 전시장과 기존 3개 전시장을 잇는다. 깊이는 12m다. 폭약을 사용하는 재래식 굴착과 달리 회전식 원형 절삭기로 땅을 파쇄하며 터널을 만들었다. 보링 컴퍼니의 기술이다.
'루프'는 테슬라를 창업하고 스페이스X를 만든 일론 머스크 CEO가 미국 도심 교통 체증을 완화하겠다며 선보인 야심작이다. 머스크는 2016년 "LA의 교통 체증을 해결할 지하 터널을 파고있다"고 트위터에 올린 뒤 실제 2018년 운행을 시작했다. 지하철보다는 지하고속도로에 가까운 개념. 2013년 머스크 CEO가 처음 루프의 개념을 공개했을 때 일각에선 "머스크의 망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외신들이 공개한 루프의 설계 도면을 보면 터널 안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철로가 깔려 있고 그 위를 차량이 고속으로 달리는 구조다. 테슬라 전기차도 이 터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궁극적으로는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운영하는 게 목표다.
머스크는 도심용 '루프'와 달리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하이퍼루프'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하이퍼루프는 터널을 진공으로 만들어 공기 저항을 없앤 뒤 자기장을 이용해 승객이 탄 캡슐을 실어 나른다.
이론적으로 시속 12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면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29분 만에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16분 걸린다. 다만 하이퍼루프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 지난해 첫 유인 운행에 성공한 또 다른 하이퍼루프 업체 버진하이퍼루프의 최고 속도는 시속 172km에 머물렀다.
라스베이거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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