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업장 내 유일하게 존재하는 노동조합(이하 ‘단수노동조합’)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한 이후로 상당시간이 경과하였으나, 여전히 이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실무에서는 단수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를 거쳐서 유일한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되어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하는 도중 노동조합이 새로 설립되는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단수노동조합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는지가 다투어지고 있다.
◆교섭요구 노조 확정절차를 거친 단수노조의 배타적 단체교섭권한 인정 여부
대법원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노동조합은, 설령 노동조합법 및 그 시행령이 정한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쳤다고 하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위 2016두36956 판결).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이에 반하는 듯한 결정을 내렸다(성남지원 2017. 12. 21.자 2017카합50205 결정). 그에 따르면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절차를 거쳐 단수의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된 노동조합'은 비록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 10에서 정한 일정기간 동안 배타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지는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에 이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당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절차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일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의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6. 18.자 2021카합10135 결정). 즉, 단수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된 이후 새로운 노동조합이 신설된 경우에는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존의 단수노동조합이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남지원의 2017년 결정은 단수노동조합에게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결국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서 유일노동조합으로 확인된 단수노동조합에게 일정한 독점적, 배타적 교섭권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론은 별다른 법률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특히 복수 노동조합 사업장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게 배타적·독점적 단체교섭 권한을 부여한 반면 다른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기능을, 형식적으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단수노동조합에게까지 만연히 확장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도 반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위 대법원 판결 선고 후 기존 입장을 변경하여 ‘단수노동조합이 교섭요구노조확정공고를 거쳐 단체교섭 진행 중 새 노조가 설립될 경우 새로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질의회시 모음집(2020), 322면 참조].
◆교섭요구 노조 확정절차를 거친 단수노조의 개별교섭 요구 권한 보유 여부
또한,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단수노동조합으로 확정된 이후에 새로운 노동조합이 신설된 경우, 기존의 단수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거치지 말고 개별교섭을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기존 단수노동조합에게 개별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입법적 결단이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할지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채무자(사용자)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채무자(사용자)가 이를 거절한다고 하여 동의권 남용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노동조합법령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노동조합법은 복수의 노동조합이 개별교섭을 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를 정하는 기한, 즉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 또는 결정되는 날부터 14일 내에 사용자가 동의를 할 수 있다’라고만 정하고 있고, 사용자가 반드시 동의를 해야만 하는 경우를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단수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절차를 거쳐 교섭을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해당 단수노동조합과 ‘노동조합법 제29조의2가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만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되었으나 여전히 실무에서는 이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가 미해결상태로 있고, 모든 문제상황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견해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도 못하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의 적절성, 위헌성 등에 대해서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노동조합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실무상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을 무시하는 무리한 해석보다는 법령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정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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