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협상가' 팀 쿡의 매직

입력 2022-01-04 17:03   수정 2022-01-05 02:5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3년 4월.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애플 이사회가 팀 쿡을 대체할 최고경영자(CEO)를 은밀히 물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여름 팀 쿡이 CEO를 맡은 이후 주가는 반토막 났고, 시장의 신뢰는 추락했다.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은 끝’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팀 쿡은 애플을 사상 최초의 시가총액 3조달러(약 3580조8000억원)짜리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로 기록되게 됐다. 그는 잡스의 비전을 수익으로 만들어냈다.

지독한 협상가, 3조달러 기업 일궈
3일(현지시간) 애플은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182.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애플은 장중 182.88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은 이로써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를 달성한 기업이 됐다. 잡스는 1996년 말 애플 복귀 후 사임할 때까지 주가를 6300% 올려 시총 3700억달러 기업으로 키워냈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팀 쿡은 현재까지 주가를 1480% 끌어올렸다.

그는 잡스만큼 창의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대신 지독히 협상에 집착했다. 최고를 추구한 잡스는 제품을 만들 때 부품도 비싼 맞춤형으로 주문했지만 팀 쿡은 최대한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수점 네 자리까지 가격 협상을 했다. CEO로 있으면서 중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잡스와 달리 그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23.6%)다.

팀 쿡은 주주와도 적극적으로 협상했다. 잡스는 한 번도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자사주를 사느니 신제품 개발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쌓인 현금은 경영 비효율로 비쳐졌다. 팀 쿡은 주주들의 요구에 맞춰 2012년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애플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들인 금액은 4670억달러(약 557조원)다. 이스라엘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만큼 자사주를 샀다는 얘기가 된다. 자사주 매입은 애플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AR·VR 헤드셋에 애플카 기대감까지
지난해 애플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수요가 아니라 공급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을 찾는 사람은 늘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수요만큼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작년 3분기 매출이 증권가 컨센서스를 밑돌면서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공급망 차질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수익성을 기반으로 애플 주가는 다시 올랐다.

최근 1년(2020년 10월~2021년 9월) 매출은 전년 대비 33.2% 증가한 3658억달러, 영업이익은 63.4% 증가한 1089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뮤직과 앱스토어 등을 비롯한 서비스 매출도 늘었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애플 서비스 부문이 지난해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며 “이 부문 가치는 1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했다. 웨드부시는 3일 애플에 대한 목표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다.

올해 애플은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계획이다. 시장이 가장 기대하는 건 AR·VR(증강·가상현실) 헤드셋이다. 메타버스 시장에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만한 AR·VR 헤드셋으로 애플이 게임체인저가 될지 시장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장기적으론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애플은 2025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메타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애플카를 성공적으로 출시한다면 시가총액이 4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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