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저 멀리에 있는 가족, 연인, 친구쯤 언제든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요. 언젠가부터 랜선 너머로 만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손을 잡고 싶어도 화면 너머로 손을 뻗어 볼 뿐.
한데 가만 보면, 랜선을 타고 만나는 관계는 팬데믹 이전에도 적잖았어요. 학교와 직장, 유학이나 이민, 군대 등 다른 일상을 살아가느라 떨어져 지내며 곧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며 그런 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은 마냥 그리움만은 아니었어요. 오늘 하루도 안녕하기를, 머무는 곳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는 축원이고, 언젠가 함께 할 시간에 대한 설렘 가득한 희망이었어요. 아직 세상에 오지 않은 아기를 기다리는 간절함과 닮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마주 볼 날을 손꼽으며 애틋한 설렘을 랜선 너머로 전하는 마음을 아기를 기다리는 이들의 시간으로 표현했어요.
이제 그리운 마음을 담아두지 말아요. 배 속의 아가에게, 함께 있어도 애틋한 아이에게,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보고 싶은 모든 존재에게 얼른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로 해요.
여기저기에서 국경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동안 인종, 종교, 성별, 취향이나 국가가 다른 이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커져만 갔습니다. 멀리에 있는 내 소중한 이들이 혹시나 그런 마음에 치일까 염려하다가 그렇지 않은 세상을 그려보기로 했어요. 서로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요. 서로가 서로를 향하는 모습은 얼마나 따뜻한가요.
모든 존재가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기를, 나와 다른 존재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얼른 만나고 싶어》는 국문과 영문을 함께 표기한 이중언어 그림책입니다. 국경도, 질병도 장벽이 되지 않는, 모두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세상을 바라며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언어의 장벽쯤은 가뿐하게 뛰어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국문은 쉽고 반복되는 입말로 운율을 살리고, 영문은 국문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되 네이티브가 쓰는 표현으로 옮겼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 금액을 훌쩍 달성한 후원자의 사랑에 힘입어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넵니다. 얼른 만나고 싶어!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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