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4일 오후4시30분
“한국투자공사(KIC)가 10대 국부펀드로 도약하려면 ‘돈버는 조직’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합니다.”
진승호 KIC 사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결정 시스템과 운용 전문성, 투자 대상 등 모든 부문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 사장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C는 운용 역량을 키우는 한편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도 확 바꾸기로 했다. 채권 비중을 지금보다 줄이고 대신 벤처투자·사모주식 등 대체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진 사장은 운용 자산 기준으로 14위 정도인 KIC가 덩치를 키워 글로벌 큰손들과 경쟁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GPFG가 1조3392억달러의 운용자산으로 1위에 올라 있으며 중국투자공사(CIG·1조2223억달러) 쿠웨이트(KIA·6929억달러) 등의 순이다. KIC는 13위인 아랍에미리트(MIC·2430억달러)와 15위인 러시아(NWF·1833억달러) 사이에 있다.
진 사장은 “사람 인생으로 따지면 KIC는 현재 고등학생 정도”라며 “뼈가 굵어지고 근육이 붙는 등 체격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진 사장은 “일단 의사결정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도 높일 것”이라며 “지난달 말 주식운용실을 주식운용전략실과 글로벌주식운용실로 분리하고, 사모주식투자실에 성장투자팀을 신설하는 내용의 대대적 조직 개편을 했다”고 말했다. 운용역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그는 “올해엔 공공기관의 인건비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운용 성과와 연계한 업적급 제도를 개선해 민간 전문가를 더 영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 사장은 “지난해 중장기 계획을 좀 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변경한 것”이라며 “당장 올해 110억달러를 대체투자 자금으로 작년에 잡아놨는데, 이보다 훨씬 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 사장은 이와 함께 주식 비중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체투자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정보보안 헬스케어 등 테크 분야의 사모주식과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KIC는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열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교육 등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통신 인프라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대체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지역별로 가장 주목하는 곳은 미국이다. 진 사장은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확장 국면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KIC는 미국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고 있다. 유럽 비중은 20%, 신흥국 비중은 9%가량이다. 진 사장은 “올해도 이 같은 비중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사장은 “19명이 나가 있는 뉴욕지사를 비롯해 런던(13명) 싱가포르(5명) 지사는 현재보다 1.5배가량 더 인원을 보강하고, 지난해 취임 후 설립한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는 지난 조직개편 때 뉴욕지사로부터 독립시켰다”며 “주재원과 현지인력까지 포함해 총 43명인 해외 사무소 인력을 올해 65명까지 확충할 것”이라고 했다.
KIC는 기금 운용 규모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진 사장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로부터 위탁 자산을 더 늘리는 걸 협의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말 현재 기재부로부터는 851억달러, 한은으로부터는 300억달러의 위탁을 받고 있는데, 올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탁자산은 확실히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김종우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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