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만 해도 그렇다.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는 10%의 기득권 노동자만 보호했다”며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이 결합된 노동개혁을 공약했다. 김 후보는 “노동 기득권 금기를 깨기 위해 해고 유연성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거대 양당 후보들은 청년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면서도 오히려 기득권 노조 환심 사기에 바쁘니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윤 후보가 여태껏 국민의힘이 반대해 온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덜컥 수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노조 표 구걸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연금개혁과 관련, 안 후보는 “더 지체하면 국가공동체 붕괴를 부른다”며 4대 연금 통합 등을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도 4대 연금 패키지 개혁을 주장하고, 심 후보도 이에 공감했다. 선거 불리를 감수하면서 이런 방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 후보도 연금개혁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구체방안 제시는 집권 뒤로 미뤘다. 이 후보는 국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뿐이다. 눈덩이 적자로 시한폭탄이 돼가는 연금 위기를 고려하면 한가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청와대’ 공약도 눈길을 끈다. 안 후보는 청와대 보직 축소를 언급했고, 심 후보는 “슈퍼 대통령 시대를 끝내겠다”며 수석비서관제 폐지 등을 내놨다. 약 500명에 달하는 청와대 비서실 정원은 미국 백악관보다도 100명가량 많을 정도로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간 청와대가 분야별 수석을 두고 만기친람하다 보니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이란 소리마저 듣는다. 청와대가 주요 정책을 좌우해 내각 장관들은 ‘핫바지’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정책이 끊이지 않는다. 안 후보가 R&D 체계를 대수술하겠다는 것은 과학기술 패권전쟁 시대에 절실한 과제다. 김 후보가 청년에게 돈 지원이 아니라 창업과 취업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넓히겠다고 하고, ‘공직 철밥통’을 깨기 위해 공무원 20%를 줄이겠다는 것도 의미 있다.
거대 양당 후보는 어떤가. 자신의 대표 공약조차 수시로 말을 바꿔온 이 후보는 어제 신년기자회견에서 추경 25조~30조원 편성과 1인당 100만원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윤 후보도 최근 재원 대책도 없이 손실보상 50조원, 100조원을 툭툭 던졌다. 두 후보는 “차라리 소수 정당 후보들의 제대로 된 공약을 합쳐 그걸로 자신들의 공약으로 삼는 게 낫다”는 뼈아픈 비판을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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