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집 갈게" 예비신랑 안타까운 사고…정치권 "경제 강국은 허상"

입력 2022-01-04 18:14   수정 2022-01-04 18:15


결혼을 앞둔 한국전력 하청업체 소속의 30대 남성이 전기 작업 중 고압 전류에 닿으며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치권은 "세계 10위 경제 강국은 허상"이라며 일제히 애도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3일 MBC에 따르면 한전의 하청업체 노동자 김다운(38) 씨는 지난해 11월 5일 경기 여주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 전기를 연결하려다가 2만2900볼트 고압 전류에 노출됐다. 김 씨는 홀로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사고 직후 의식을 잃은 뒤 30분이나 전봇대에 매달려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실려 온 김 씨는 맥박과 호흡이 있었지만, 머리부터 상반신까지 몸 전체의 40%가 3도 이상의 심한 화상을 입었다. 중환자실에서 신장 투석을 하며 버티던 김 씨는 패혈증 쇼크로 사고 19일 만에 숨졌다.

김 씨는 올해 봄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사고 당일 예비신부에게 "사랑한다", "일 끝나고 얼른 집에 가겠다"고 전화를 한 게 둘 사이의 마지막 대화였다.

정치권은 김 씨의 사망에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송평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새해 첫 출근일, 우리는 또다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안타깝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참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선 후보는 반복되는 사건들의 근본 원인이 '비용을 이유로 안전 책임을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고 지적해왔다"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비용'으로 바라보는 풍토를 뿌리 뽑지 않는다면 세계 10위 경제 강국이라는 트로피는 그저 부끄러운 허상일 뿐"이라고 전했다.

신나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고층 전기 작업 현장에서는 추락 방지용 안전줄이 아니라 '활선차'를 사용하는 것이 한전의 안전규정"이라며 "김 씨가 활선차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청인 한전과 현장관리에 미흡했던 하청업체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부대변인은 "경찰은 관련자들에게 산업안전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고용노동부는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는 예방 가능한 산업재해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잃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매일매일 노동자들의 부고를 들으며 억장이 무너진다"며 "위험한 작업은 '2인 1조'라는 말을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많이, 입이 닳도록 강조했느냐"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산재예방 예산을 4198억 원에서 977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지만, 작년 11월까지 질병사를 제외하고도 사고로 인한 산재 사망자가 790명에 달한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제대로 책임지도록 바꿔야 한다. 심상정 정부가 탄생하면 그 즉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부터 바로잡겠다"라고 약속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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