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표심 잡자"…여야, 타임오프제·노동이사제 합의

입력 2022-01-04 19:37   수정 2022-01-05 02:49


여야가 4일 공무원 교사 등 공공부문 노동조합 전임자의 노조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제도)에 합의했다.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도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통과시켰다.

경제계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노동계 표심을 잡기 위해 충분한 논의 없이 ‘친(親)노동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법안 소위원회를 열어 타임오프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타임오프제는 2010년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라 민간기업과 공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공무원과 교원은 현재 타임오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이날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이사회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한 명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작년 말 기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모두 132개다.

여야 합의로 첫발을 떼면서 노동계의 숙원 사업이던 두 법안은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무원·교원 노조 전임자까지 세금으로 월급 주겠다는 與野
尹이 찬성 입장 밝힌 뒤 급물살…최대 年 627억 세금 들어가
타임오프제를 공공부문에 도입하는 법안은 그동안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과 경제계가 “공무원과 교사 노조 전임자의 월급까지 세금으로 보전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대하면서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공공부문 타임오프제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전부터 타임오프제에 찬성했다.

여야는 이후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노조 전임자 수 한도와 근로시간 면제 범위, 비용 추계 등을 놓고 수차례 논쟁을 벌였다.

고용노동부가 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발의 법안 기준으로 추정한 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타임오프제가 도입되면 최대 1106명의 공무원·교원 노조 전임자에게 총 627억원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한국노총이 제시한 추계 비용보다 최대 20배 많은 액수다. 하지만 4일 소위에서 여야는 민주당 요구대로 근로시간 면제범위와 전임자 수 한도 등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결정하도록 맡기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경사노위에 있는 근로시간 면제 심의위원회가 노사와 함께 현실에 맞게 시간과 한도 등을 논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근로시간 면제 대상 노조 전임자에게 들어가는 비용 추계 역시 경사노위에서 먼저 한도와 범위 등을 마련한 뒤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방안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노동이사제 합의 역시 국민의힘이 윤 후보 뜻에 따라 당초 반대에서 ‘합의 처리’로 입장을 바꾸면서 이뤄졌다. 기재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동이사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계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이사회 기능을 왜곡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입법에 반대했다.

■ 타임오프제(time-off)

노조 전임자의 필수적인 노조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간주해 사용자 측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활동은 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노사교섭, 근로자 고충처리, 산업안전보건 활동 등이다.

오형주/곽용희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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