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요크타운하이츠.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연산하는 ‘꿈의 컴퓨터’를 보유한 IBM 왓슨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연구소에 들어서면 절대영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의 고(高)진공을 구현한 샹들리에 모양의 냉각기가 눈에 띈다. 인류의 난제를 단번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두뇌 큐비트(Qbit)를 품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이진법 비트의 슈퍼컴퓨터보다 이론상 1000만 배 이상 계산 속도가 빠르다. 기술패권 시대의 승패를 가를 ‘반지의 제왕’이나 다름없다. IBM의 양자컴퓨터 연구를 총괄하는 제이 감베타 부사장은 “인류는 이미 양자컴퓨터 시대에 진입했다”고 단언했다.
양자컴퓨터는 빅데이터 시대의 ‘핵폭탄’으로 불린다. 구글은 2019년 공개한 논문에서 큐비트 53개짜리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로 1만 년 이상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해치웠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이 매년 수천억원을 들여 ‘양자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기존 암호체계가 양자컴퓨터로 한 방에 뚫릴 수 있어서다. 폭스바겐, 에어버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교통 최적화, 항공기 설계 등에 양자 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5~10년 뒤 양자컴퓨팅 시장이 4500억~8500억달러(약 538조~10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양자컴퓨팅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돈만 7000억원에 달했다. 중국도 지난해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은 ‘양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판젠웨이 교수가 이끄는 과학기술대가 지난해 66큐비트 양자컴퓨터 ‘주충즈’를 개발했다. 2016년부터 양자컴퓨터에 자원을 집중한 결과다.
일본 정부도 통신회사 NTT, 도쿄대와 함께 최근 2000억엔(약 2조80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광(光)양자컴퓨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지난해 R&D 투자 규모는 466억원에 불과했다. 큐비트 개발 경쟁에선 시쳇말로 ‘게임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그는 “IBM의 양자컴퓨터 서비스를 활용한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130여 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IBM의 회원사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양자컴퓨터 관련 스타트업은 2015년 15곳에서 올해 59곳으로 늘었다. EU와 일본에도 각각 53개, 12개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이 설립됐다. 한국엔 관련 스타트업이 전무한 상황이다.
화상인터뷰=김리안 기자
▶ 양자컴퓨터
자연계의 양자물리학 원리를 적용한 신개념 컴퓨터. 비트(0 또는 1) 단위로 계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Qbit·0이면서 동시에 1) 단위를 이용해 정보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르다. 전 세계의 어떤 암호체계도 무력화할 수 있는 계산능력을 가졌다.
■ 특별취재팀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취재팀장)
김현석 뉴욕·황정수 실리콘밸리 특파원
박동휘 생활경제부 차장,
강경민 산업부, 임현우 금융부, 이지훈 경제부, 박재원 증권부, 구민기 IT과학부, 김리안 국제부, 차준호, 마켓인사이트부 정지은·최한종, 지식사회부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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