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난 문희석 한국다케다제약 대표(사진)는 이런 다케다 경쟁력의 원천을 ‘선택과 집중’으로 설명했다. 항암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수십조원을 들여 4개 해외 제약사를 인수하고, 이로 인해 늘어난 빚을 줄이기 위해 감기약 ‘화이투벤’ 등 캐시카우를 내다 판 과감한 결단이 다케다를 세계 최강 제약사 중 하나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10년 넘게 걸린 체질 개선 프로젝트가 사실상 지난해 마무리됐다”며 “2022년부터는 새로 갈아입은 옷으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신’ 프로젝트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항암제 개발 업체인 밀레니엄을 손에 넣더니 나이코메드(2011년), 아리아드(2017년), 샤이어(2018년) 등 굵직한 해외 제약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항암제와 희귀질환 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케다의 선택은 ‘알짜 의약품’ 매각이었다. 2020년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만성질환(당뇨·고혈압) 치료제와 일반의약품 상당수를 넘긴 것. 여기에는 화이투벤,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 다케다의 대표 브랜드도 포함됐다.
문 대표는 “이미 좋은 약이 많이 나와 획기적인 신약을 내놓기 어려운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달리 항암제나 희귀질환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 것”이라며 “미래 성장성을 감안해 사업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케다는 암, 위장관질환, 희귀질환, 신경계질환, 혈장유래제재, 백신 등 6개 분야에 회사 역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2024년까지 CAR-NK 치료제를 비롯한 10여 개 신약을 내놓고, 2030년까지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면역관문 억제제 등을 추가로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현재 34조원 수준인 매출을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한국 바이오기업과 협업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본사에서도 한국 바이오기업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공동 개발, 기술 도입,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염두에 두고 기술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판 다케다’가 나오려면 뭐가 필요하냐고 묻자, M&A란 답을 내놨다.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신약 개발을 수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덩치부터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표는 “다케다는 M&A로 규모를 키운 덕분에 매출의 17%가량인 5조~6조원을 연구개발(R&D)에 쓴다”며 “최근 10여 년간 뛰어난 R&D 인력이 대거 유입된 만큼 이들의 연구를 뒷받침할 자금력만 갖추면 국내 제약사도 혁신 신약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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