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은 지난해부터 대체우유 시장의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비건 바람을 타고 매출(2630억원)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2020년 2606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2.8% 역성장한 실적이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6% 안팎으로 식품회사 중 준수한 수준이다. 비건 열풍이 계속 이어진다면 10년간 넘지 못했던 매출 3000억원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식품은 국내 두유 시장의 54.4%(지난해 11월 누적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두유 시장을 처음 개척한 베지밀이 두유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면서 삼육두유(26.0%)와 연세우유(5.2%) 등 후발주자들이 쉽게 추격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두유에만 집중하는 구조 탓에 사업의 확장성과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다. 하지만 비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두유를 비롯해 아몬드와 코코넛 등으로 만든 식물성 건강 음료에 집중한 전략이 오히려 빛을 발하고 있다. 루테인 두유와 저당 두유 등 기능성 프리미엄 두유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정식품의 두유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 두유 섭취가 익숙한 동남아 시장이 주요 수출국이다. 앞으로 채식 문화가 상대적으로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식품은 두유 사업에만 집중하는 게 가장 큰 한계로 꼽힌 회사였지만 비건 열풍이 불면서 오히려 대체우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위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식품은 지분의 40.19%를 창업자의 2세인 정성수 회장이 갖고 있다. 올해 72세인 정 회장에 이어 가업을 물려받을 예정인 아들 정연호 씨는 정식품의 자회사 자연과사람들 대표를 맡아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14년 정식품의 관계사인 오쎄 대표를 맡아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뒤 2017년 자연과사람들 대표로 자리를 옮겼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음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자연과사람들은 2020년 전체 매출 661억원의 46%인 304억원을 정식품에 의존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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