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5일 18: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을 주요 주주로 맞이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거래로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인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5일 공시를 통해 칼라일에 지분 약 10%를 약 6113억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지분 3.29%와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6.71%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칼라일은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발효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맞춰 현대차 오너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개정 전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 20%)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개정안에선 상장사도 지분 기준이 20%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분 29.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오너 일가 지분 10%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칼라일그룹이 우군으로 나선 셈이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2015년에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맞춰 대규모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2014년말 기준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43.4%였는데, 이듬해 블록세일을 통해 1조1576억원어치 지분을 매각, 보유 지분율을 30%로 낮췄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의 해상운송과 자동차 부품 수출 등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크게 종합물류업과 유통판매업, 해운업 등 세 가지다. 세 부문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32.70%, 52.80%, 14.49%다.
이번 투자는 정 회장과 칼라일 그룹간 오랜 논의 끝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019년 칼라일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대담에 참석해 이규성 칼라일그룹 대표를 비롯해 핵심 투자운용역들과 만난 인연이 있다. 이번 거래는 칼라일 한국 사무소를 비롯한 본사가 협력해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언제 어떻게 지분을 매각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칼라일그룹은 현대글로비스가 코로나19 이후 물류 및 해운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 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칼라일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주력 사업 외에도 수소 물류, 전기차 밸류체인 솔루션, 스마트 물류 등 신성장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칼라일의 글로벌 플랫폼이 현대글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는 지분 23.29%를 보유한 정 회장(23.29%)이다. 이어 정몽구 회장(6.71%), 현대차 정몽구 재단(4.46%), 현대자동차(4.88%), 노르웨이 해운그룹 빌 빌헴슨 아사의 자회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11%) 순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칼라일그룹은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 지위에 오른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조 4875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액은 15조 9358억원, 영업이익은 8011억원이었다.
박시은/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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