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하면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런 지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도 안착은 여전히 난항을 겪는 것 같다.
가장 문제는 늦어진 사건 처리다. 지난해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은 건당 61.9일로 전년(53.2일)보다 8.7일이 늘었다. 늘어난 사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결과다. 서울 일선 서에서는 “수사관 한 명이 사건 40~50건을 담당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비율은 10.9%로 전년(4.6%)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받는 수사 서비스 품질은 나빠졌다는 의미다.
국수본이 주도한 소위 ‘윗선 수사’는 어땠을까. 지난해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수사 인력만 1500여 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규모였다.
하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수본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33명 중 4명만 검찰에 넘겼다. 국수본은 수사 초기부터 ‘늑장 수사’ 비판을 받았다. 시민단체가 처음 의혹을 제기한 뒤 1주일이 지나서야 첫 압수수색을 했고, 17일이 지난 뒤 핵심 피의자를 처음 소환했다.
여당 대선 후보가 얽혀 있는 ‘대장동 사건’에서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내사(입건 전 조사)만 5개월 진행했다. 국수본이 허둥대는 사이 검찰은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먼저 확보했다.
이를 두고 “경찰이 정치권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성과가 미진하다는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국수본의 입장이지만, 이런 항변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경찰은 지난해 숙원이던 수사권을 70년 만에 가져왔다. 검찰이 맡던 대부분 사건을 떠안게 됐다. 스스로 사건을 종결할 권한도 쥐게 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경찰 수사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인터넷에선 “경찰을 못 믿겠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누군가 ‘검찰 개혁’이라고 부르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수사 서비스 품질만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경찰 스스로 차분히 되짚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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