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행사는 ‘경영학의 구루’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창한 ‘파괴적 혁신’의 열띤 경연장이 되고 있다. 전자회사는 자동차에 뛰어들고, 자동차회사는 로봇으로 눈을 돌리는 등 산업의 전통적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졌다. AI, 로보틱스 등의 발달로 기술 융·복합화가 더 가속화돼 기존 패러다임으론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일본 전자회사 소니는 올봄 전기차 회사를 설립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소니가 내놓은 모델카를 보면 강점인 센서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동차를 흡사 사무공간처럼 쓸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모빌리티(이동성)의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프레스 콘퍼런스 무대에 로봇개와 함께 등장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로보틱스와 모빌리티 기술에 메타버스를 결합해 로봇을 ‘제2의 나’처럼 여기게 하는 ‘메타모빌리티’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했다. BMW는 전자잉크 기술을 활용해 차량 외장 색상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패션차를, 벤츠는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달리는 차세대 전기차를, 농기계업체 존디어는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완전 무인트랙터를 공개했다.
이처럼 나라 밖에선 눈이 핑핑 돌 정도로 급변하는데, 나라 안 현실은 어떠한가. 딱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 눈여겨볼 만한 과학·첨단기술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유권자 환심을 사는 공약에는 기막히게 눈이 밝아 급기야 ‘탈모약 건보 적용’ 공약까지 등장했다.
파괴의 고통을 극복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파괴당한다. 노동개혁, 연금개혁을 계속 미루다간 미래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눈앞의 포퓰리즘에 중독됐다가 무너진 반면교사들이 넘쳐나지 않는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 같은 나라들 말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