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가 지난해 동진쎄미켐 주식 1430억원을 사들인 파주 슈퍼개미와 동일인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감독원의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씨가 동진쎄미켐 지분을 5% 이상 매입해 공시까지 됐는데 금감원이 이를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일 반도체 부품 기업 동진쎄미켐에 주식 대량보유 공시가 게재됐다. 개인 이모씨가 회사 지분의 7.62%인 149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12월 6차례에 걸쳐 해당 주식을 매각, 같은해 12월 30일 기준으로 1.07%를 보유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슈퍼개미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직원 이모씨와 이름, 나이가 같아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 성격이나 흐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계좌를 봐야하는데 조사국에서 사건화하지 않으면 지분공시팀에서 임의로 계좌를 확인할 수 없다"며 "금감원 차원에서 어떻게 할지 대응방법을 강구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와 같은 사건을 금융당국이 사전에 예방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상 자금 흐름이 걸러지지 않으면 외부에서 합법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은 내부통제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건이 당국의 제도에 의해 사전에 걸러지도록 만드는 건 가능성이 낮고 당국의 역할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 규모 이상이 되면 부동산 매매 시 자금조달계획서 내는 것처럼 주식거래에 있어서도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제도들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작정하고 횡령하려는 사고를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건 피의자라고 한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위조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전적인 예방보다 사후적인 처벌을 통해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관건은 횡령된 자금의 회수다. 횡령된 자금 중에 몇 % 정도가 회수되느냐에 따라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규모의 횡령에 대한 감시 시스템 미비로 인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상승, 낮아진 회사 신뢰도로 인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만약 계좌 동결 가능 시 횡령 금액은 회수할 수 있지만, 일부 회수가 미비한 경우에는 2021년 영업 외 손실로 반영이 가능해 추후 횡령 자금에 대한 회수 여부가 주가 방향성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전날 이씨를 검거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피의자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영장을 집행 중 건물 내 다른 호실에 은신하고 있는 피의자를 발견해 체포했다. 경찰은 체포한 이씨를 강서서로 호송해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 금품 등 회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31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이던 이씨를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이달 3일 공시했다. 횡령 추정 액수는 1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원의 91.81%에 달하는 규모다. 상장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 중 역대 최고액으로 추정된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는 전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횡령 금액이 크기는 하나 회사의 재무 상태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엄 대표는 "횡령 금액이 반환되는 대로 당기순이익은 반환금액만큼 증가하므로 2021년 당기순이익은 적은 숫자이지만 흑자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며 "횡령한 돈은 경찰에서 본격적인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회수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재무제표 악화는 일시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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