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6일 09: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통·소비재산업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경영 전략이 중요해지면서 '업사이클·비건·사회적 책임'이 비즈니스 트렌드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는 6일 발간한 'ESG 시대, 유통·소비재 기업의 미래 전략' 보고서를 통해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여러 협력업체, 소비자와 접점을 넓게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ESG 경영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2021년 KPMG 글로벌 소비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투명성, 정직성 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90%는 사회에 공헌하는 윤리적 기업의 제품 구입에 더 높은 지불 의사를 보였다. 소비자의 37%는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더 선호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통 및 식음료, 패션, 화장품 등 섹터별 ESG 비즈니스 트렌드 사례를 분석했다. 특히 브랜드와 제품의 친환경성이나 윤리성을 고려해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ESG 중 환경 부문에 대한 활동의 일환으로 '업사이클'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식품 기업들은 식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나 판매가 어려운 식재료를 재가공하여 완전히 다른 식품으로 재창조해내는 '푸드 업사이클'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콩비지로 만든 글루텐 프리 밀가루, 맥주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비건 쿠키 반죽 등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폐플라스틱으로 친환경 섬유나 패션 제품을 개발하는 '패션 업사이클'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국내 섬유 기업 효성티앤씨는 버려지는 페트병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플라스틱을 녹여 리젠이라는 친환경 섬유를 개발했고, 패션 기업 한섬은 재고를 활용한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 제작에 나서고 있다.
MZ세대 등 젊은 소비자 사이에선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같은 비건 트렌드는 식품 시장에선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슬레, 타이슨푸드 등은 기술력을 보유한 대체식품 관련 업체를 발굴하고 관련한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추진 중이다. 화장품업계에서는 환경 관련 ESG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 늘면서 이른바 '착한 화장품'이 주목받고 있다. 비건·유기농 인증을 받은 비건 뷰티 제품 출시가 대표적 예다. 패션업계에서도 버섯 균사체 또는 사탕수수 등을 활용한 비건 가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맞물려 ESG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유통·소비재 기업이 ESG 패러다임을 주도할 '프론티어'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ESG 전략 수립 이후 단계인 ESG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 ESG 위원회와 같은 ESG 관련 최고의사결정조직을 신설하고 ESG 전담조직, 실무 협의체 형태의 조직을 구축해 기업의 ESG 경영 활동이 체계적으로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40년 탄소중립선언, 그룹 상장 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 구성, 그룹사 CEO 평가 내 ESG 관리 성과 반영 등 ESG 거버넌스 및 조직 체계 수립 방향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전 세계 상장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보공개 기준의 초안을 담은 ESG 공시기준의 국제표준을 올해 안에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보고서는 정보공시 체계화 및 지속가능 인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며 기업을 둘러싼 여러 협력사와 이해관계자 등 공급망 전반에 도입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유통·소비재 기업의 ESG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ESG 핵심 관리지표 가이드라인을 도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소비자와 투자자, 정부, ESG 평가 기관 등 외부 이해관계자의 ESG 관련 니즈를 반영하고 ESG 핵심관리지표를 설계해야 하며, ESG 핵심 관리지표는 기업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등 성과지표 측정 체계와도 연계해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장훈 삼정KPMG 유통·소비재산업 리더(부대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유통·소비재 기업은 ESG 경영 전략에 필수적으로 나서야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라며 "ESG는 장기적 모멘텀을 가진 시대적 흐름이며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은 선도적 ESG 경영 전략을 수립·실행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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