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자랑스럽게도 (미국시장에서) 일본 혼다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도요타 다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아시아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법인장)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진출 3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 혼다를 제치고 판매량 5위에 오르면서 미 현지 언론에선 "더이상 현대차는 '혼다 짝퉁'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48만9118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1986년 엑셀을 수출하면서 미국에 진출할 당시 '혼다'와 '횬다이'로 발음이 비슷해 '혼다 짝퉁이냐’는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혼다(146만6630대)를 넘어선 셈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IT 전시회 'CES 2022'가 열린 지난 5일(미 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월드호텔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법인장을 만나 '일대 사건의 내막'을 들어봤다.
무뇨스 법인장은 우선 미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비결로 꼽았다. 그는 "미국 시장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데 현대차그룹은 투싼, 싼타페, 싼타크루즈 등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SUV 판매 비중이 전체의 65%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트렌드인 '전동화' 측면에서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의 1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다"며 "특히 지난해 배터리전기차(BEV)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0% 이상 증가했는데 이 같은 수치는 우리가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40~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래 들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최고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내 '럭셔리 카' 시장도 놓치지 않았다. 무뇨스 법인장은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3배 뛰었다"며 "이는 BMW, 아우디, 렉서스 같은 경쟁사보다 좋은 결과"라고 밝혔다.
경쟁사 대비 지난해 미국에서 '돋보인 실적'을 낸 비결로는 공급망 관리를 꼽았다. 무뇨스 법인장은 "현재 (코로나19 국면에선) 다른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나 물류 쪽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지난 한 해를 놓고 보면 경쟁사 대비 대처를 잘한 부분이 있으며, 특히 본사에서 공급망 관리 및 생산 최적화를 매우 잘 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고 경쟁사 대비 생산 물량 손실도 적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공장을 '셧다운(공장 중지)'하며 영향을 받았으나 생산 공정 변경, 생산 가능한 부품으로의 조정 등을 통해 대처했다"며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제네시스의 소매 시장 점유율을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전체적인 판매 수치도 우수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 대응에 대해 무뇨스 법인장은 "올해 아이오닉을 본격 론칭할 예정"이라며 "최근 선보인 아이오닉 5 구매 고객들이 2년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방미했을 당시,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고 현대차도 마찬가지"라며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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