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30대 프리랜서 정모씨는 새해 들어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비규제지역 주택에 대한 대출도 예외 없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이 돼 빚을 내기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연소득이 5500만원이고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금리 연 4.0%)을 갖고 있는 정씨가 비규제지역인 노형동의 시세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할 때, 지난해까지는 담보인정비율(LTV) 70%를 꽉 채워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 40% 규제(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 이내로 제한)’가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마이너스통장을 없애지 않는 이상 담보대출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1억8400만원이 최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별 DSR 규제 강화에 따라 경기 김포시 통진읍, 광주시 초월읍, 제주시 노형동 등 규제지역이 아닌 곳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올 7월부터 총 1억원 초과 대출로 규제 대상이 더 확대되면 대부분 담보대출에 DSR이 적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주택담보대출은 올해부터 DSR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만기도 종전 10년에서 8년으로 짧아진다. 산정 만기가 줄어들면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고 DSR이 올라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그만큼 더 줄게 된다. 여기에 올해는 더 강화된 금융당국 총량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월별·지점별 한도 관리, 일부 대출 판매 중단 등 각종 조치를 동원해 연초부터 대출 공급을 제한하고 있어 상환 여력이 있는 사람조차 필요할 때 원하는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DSR 규제가 전면 도입되면 현재 소득이 적은 청년층의 상환 능력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자금 조달 애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DSR 산정 때 청년층의 장래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려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실제 은행권은 지난해 7월부터 장래소득 적용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다. 만 20~39세의 ‘임금근로자’가 ‘주택 구입 목적’으로 ‘만기 10년 이상의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장래소득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래소득을 측정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료도 통계청의 고용노동통계 중 연령별 소득 자료가 유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근로소득자가 아니거나 신용대출 등을 받을 때는 장래소득을 반영해줄 수 없어 활용도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결혼 준비 자금이 필요한 예비 신혼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결혼을 목적으로 특별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혼인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고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혼인신고 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정작 제외된다. 올해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이모씨(30)는 “양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어서 특별 대출에 기대를 걸었는데 결혼 예정자는 대상이 아니란 답변만 받았다”며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부터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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