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승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1999년 집권 이후 푸틴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서방 제재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러시아의 힘은 코카서스 지역에서 발칸반도까지 확대됐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러시아군 세력을 증강해 러시아가 세계 정치의 중심에 놓이게 하는 등 푸틴은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인구 감소, 중국의 부상, 석유와 가스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각화하는 데 실패한 것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푸틴 대통령과 그가 통치하고 있는 나라는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세계 기후 전사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럽게도 2021년은 화석연료 생산자들에게 멋진 해였다. 올해는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석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 원유 관련 수익이 작년보다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돈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부족은 거대 산유국들이 춤출 수 있게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중동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유가 상승을 막아달라고 산유국들에 간청해야 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성과 없어"
패자들도 있다. 먼저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명분이 힘을 내지 못했다. 중국은 홍콩의 자유를 땅에 묻어버렸다. 서방세계가 미얀마 군사정권의 정책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고군분투하던 민주주의가 탈레반의 승리와 미군의 철수로 무너졌다. 한때 약속됐던 에티오피아 민주 개혁은 격렬한 내전으로 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세계 정치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을 완전히 통치하는 시 주석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힘센 사람도 힘든 한 해를 보내는 수가 있다. 시 주석에 대항한 대만이 전 세계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 강력한 봉쇄 조치는 정부의 인기를 시험에 들게 했다. 또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 사건은 ‘미투(Me Too)’ 문제를 불러왔다.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에 세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의료 전문가와 관료들. 코로나19 대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과학자들과 공중 보건 관리자들은 방역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복잡한 질병이었고, 전문가들은 그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관료와 정치인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For Putin, OPEC and Trump, 2021 Was a Good Yea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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