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4연임 금지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충분히 고민하고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한 게 27년 전 일이다. 그 사이 기업들은 일류로 도약했는데 정치는 오히려 몇 류를 따질 수조차 없을 정도로 후퇴한 게 현실이다. 특히 이번 21대 국회는 최악이다. 집권여당은 부동산 규제와 친(親)노조·반(反)기업 ‘입법 폭주’에 몰두하다 최악의 집값 폭등과 고용절벽을 초래했다. 또 고위공직자수사처 같은 근본도 없는 권력의 하수기관을 만들고, 편가르기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섰다. 야당도 이런 여당을 견제하긴커녕 무능과 무기력으로 일관했다. 이런 퇴행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여느 때보다 크다. “오죽하면 여야 모두 ‘0선’ 대선 후보이겠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의미”(박병석 국회의장)라는 지적이 백번 옳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으로선 ‘그럴듯한’ 자기반성 공약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부 다선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지역맹주’로 군림하며 예산철이면 ‘쪽지·카톡 예산’을 밀어넣고, 정치적 입지 강화에 급급한 것 외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3연임 제한을 받고 있어 국회만 거부할 명분도 없다. 4연임 금지가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에서 지역구를 내놔야 할 다선 의원이 16명으로 국민의힘(23명)보다 적어 ‘꿩 먹고 알 먹기’라는 계산까지 다 했을 듯하다.
이유야 어쨌든 국회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차제에 4연임 금지뿐 아니라 의원 정수 감축, 특권 폐지 등도 함께 논의해 봄 직하다. 이탈리아가 지난해 상·하원 의석수 30%를 줄이는 대수술에 합의했고, 프랑스도 의원 25% 감축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여야 합의로 의원 정수를 100명 줄이는 데 합의했다가 막판 무산된 적이 있다.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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