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 교육청이 올해 예상되는 약 100조원의 지방교육재정 수입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지출 예산을 짠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17조원에 달하는 교육 예산이 지출처가 없어 남아돌게 되고, 각 교육청은 이 돈을 소모하기 위해 억지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신문이 9일 17개 지방교육청이 고시한 2022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지출 예산 총액은 8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71조1000억원) 대비 16.3% 늘었다. 하지만 올해 지방교육청의 실제 수입은 1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받는 돈은 넘쳐나는데 정작 돈을 투입할 곳은 한참 모자란다는 얘기다.
억지로 돈 쓰는 교육청
17개 지방교육청의 올해 수입 100조원의 수입원을 따져보면 우선 내국세의 20.79%가 자동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본예산에 65조1000억원 편성됐다. 여기에 지난해 초과세수 규모에 따라 세계잉여금 중 교육교부금 정산금이 4조~6조원 발생해 상반기 추가로 교부된다. 국고보조금, 지방교육세 등 중앙정부 이전수입과 지방교육세 등 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 교육청 자체 수입 등이 매년 25조~30조원 발생하므로 이를 합하면 올해 지방교육재정 수입은 최종적으로 95조~10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교육청이 짠 지출 계획과 비교하면 최대 17조원(수입-지출)가량이 사용처가 없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예상되는 수입을 기준으로 예산을 짰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육청 예산은 정확한 수입 예상이 어려워 매년 예산과 결산이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각 교육청은 내국세 연동 구조로 수요와 무관하게 배정되는 지방교육 재원을 소모하기 위해 해마다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추경을 통해 편성한 금액 중 4700억원은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재난지원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지급됐다. 지난해 부산 인천 대전 등 11개 시·도 교육청은 보육·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관련 예산 4731억원을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5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유치원생 혹은 초·중·고교생 1인당 5만~30만원씩 현금 혹은 상품권 형태로 무차별 살포됐다.
제도 개편 한목소리…교육감만 몽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법부와 행정부가 모두 나서 관련 제도 개편을 주문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청에 내려가는 교육교부금 규모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달 2022년도 본예산을 처리하면서 예산안 부대의견에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산정방식 및 활용방안 등에 대한 합리적 개편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명시했다. 최근에는 청와대도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 제도 개편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와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부처 협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교육감들은 이런 정부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지방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단순한 경제 논리”라며 “학생 수는 줄었지만 학급과 학교 수는 늘어났고 거리 두기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교원단체들은 요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내국세 연동 구조 시급히 해소해야”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를 개편하면 교육교부금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교육재정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세입 상황이 좋아 돈이 남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반대의 경우 심각한 교육재정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당장 소상공인 지원 등 예산을 쓸 곳이 시급하고 많은데, 다른 한쪽에서는 돈이 남는다는 것은 정말 맞지 않는 얘기”라며 “전체적인 국가재정 관점에서 볼 때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세 연동 고리를 끊되 매년 일정 수준의 교육교부금 상승폭을 보장해주거나 경상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등 변동폭이 크지 않은 수치를 연동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부는 교육교부금을 지자체 재원과 함께 돌봄 및 고등교육 등에 사용하는 ‘공동사업비’ 모델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