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2년 전 갑작스러운 고난을 겪었다. 건강하던 아내에게 갑작스럽게 장폐색이 생겼고, 수술 도중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옮겨졌다. 의사조차 소생이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아내는 권 전 원장과 가족들의 보살핌 끝에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최근 권 전 원장은 아내를 간병하며 ‘행복’을 고찰한 책 《행복을 보냅니다》를 펴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석학이 다룬 ‘행복학 이론’을 소개하며 심리학적·사회학적·경제학적으로 접근한 고찰을 담았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권 전 원장은 “아내의 투병과 회복, 그리고 자식들까지 모두 결혼시키면서 인간의 운명과 행복의 관계를 깊이 고찰했다”며 “마냥 막연한 ‘행복’을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권 전 원장은 개인의 행복을 만드는 요소를 크게 ‘운’과 ‘의지’로 꼽았다. 권 전 원장 부부에게 닥친 병환처럼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련은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운을 타거나 극복하는 데는 결국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행복해져라’고 마음먹는다고 행복해지진 않습니다. 물질적 조건, 사회적 여건은 물론 개인적인 운도 따르죠. 그럼에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행복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게 사람입니다.”
금융 관료로 금융감독원 수장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관료로서의 삶은 비교적 행운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난의 시기는 있었다. 재무부 근무 시절엔 집에 강도가 들이닥쳐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고, 1996년엔 승마를 배우다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2011년 금감원장에 부임하자마자 닥친 ‘저축은행 사태’ 역시 그랬다.
“각종 문제가 쌓인 저축은행들에 칼을 대는 것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등산을 하면서 명상을 하곤 했어요. 고요한 산길을 오르며 잡다한 생각을 버리다 보면 제 안에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권 전 원장은 “국가적으로 행복 문제를 다루기 위한 큰 수술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국가행복지수가 작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기준 37개국 중 35위에 그친 만큼 대대적인 ‘행복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나 공공 분야 등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고, 지나친 경쟁사회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이 행복에 영향을 주고 있어 이런 문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전 원장은 “국민 전체의 행복을 높이기 위한 사회 운동에 참여해볼 생각”이라며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 ‘행복론’을 다룬 책도 내볼 계획”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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