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공정인 백신 원액제조(DS)를 담당하기로 한 제테마는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뒤 러시아 정부 측과 직접 위탁생산 계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테마는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위해 약 80억원을 투자했다. 제테마와 함께 백신 원액 제조를 맡기로 한 이수앱지스는 이미 러시아 정부와 개별 접촉을 시작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컨소시엄 참여와 독자 생산 등 ‘투 트랙’으로 백신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코러스 컨소시엄에서 발을 뺀 건 종근당바이오와 제테마가 처음이 아니다. 바이넥스는 “중국산 설비(배양기)를 사용하라”는 러시아 측 요구에 반발해 작년 말 회원 자격을 반납했다. 잇따른 탈퇴로 당초 7개였던 컨소시엄 멤버는 한국코러스(DS·DP)와 보령바이오파마(DP) 큐라티스(DP) 등 세 곳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코러스는 주요 공정을 맡을 멤버가 남아 있는 만큼 일부 회사가 나가더라도 백신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푸트니크V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간의 감기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제조하는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이다. 문제는 1차분(아데노바이러스 26형)과 2차분(5형) 성분이 다르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차 접종 백신은 1차보다 생산 난도가 높아 수율이 낮다”고 했다. 제테마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한국코러스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5억 도스 위탁생산은 정식 계약이 아니라 구두 협의였던 만큼 향후 구체적인 계약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회원사에 알렸다”고 했다.
CMO(위탁생산)업계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WHO의 승인이 계속 늦춰지는 와중에 세계인을 상대로 효능을 검증받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물량은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요구사항을 바꾼 게 컨소시엄 멤버들의 이탈을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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