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조직 개편의 배경을 설명한 임직원용 동영상에서 “그간 롯데백화점은 2~3년에 한 번씩 순환 근무를 하면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만드는 데 급급했다”며 “앞으로는 늘어난 부문장 자리에 외부 전문가와 내부의 차·부장급 중 S급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전문가(specialist)를 적극 양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명품은 럭셔리 브랜드, 의류, 시계·보석 등 3개 부문으로 나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이번 조직 개편은 본부장에게 쏠려 있던 권한을 부문장에게로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각 부문장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식품부문(신선식품과 F&B)을 대표 ‘직할 부대’에 배속한 것이 눈에 띈다. 신세계 출신인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강남 1등’을 공언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강남점(지난해 매출 2조5000억원)이 성공한 데엔 이명희 회장이 까다로운 강남 입맛을 사로잡으며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유경 총괄사장이 젊은 감각에 맞는 해외 브랜드를 들여온 덕분이라는 게 정 대표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정준호의 롯데백화점’은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게 중론이다. 잠실 월드타워점만 해도 미로 같은 주차장이 VIP 모객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은 특유의 원형 구조로 인해 여성 고객이 주차 및 출차에 애먹는 곳”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처럼 고가의 해외 브랜드로 매장을 채우는 전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롯데는 예전부터 토종 패션의 등용문이었다”며 “K콘텐츠의 세계화를 활용해 유망 디자이너 브랜드를 키우는 전략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품본부 개편과 함께 롯데백화점은 지역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백화점 조직을 하나의 본부로 통합한다. 백화점에 묶여 있던 아울렛은 별도 사업부로 분리했다. 성격이 다른 사업부를 떼내 MD(상품기획) 전략 수립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채널별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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