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광고 안 줄 것"…英신생 핀테크기업이 반기 든 이유 [김리안의 글로벌컴퍼니]

입력 2022-01-11 06:0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국의 신생 디지털은행이 미국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구 페이스북)를 상대로 광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메타가 자사 플랫폼의 금융사기 광고를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영국 스탈링의 최고경영자(CEO) 앤 보든(사진)은 최근 연례 서한을 통해 "우리 고객의 예금과 다른 은행의 계좌까지 넘보는 사기꾼들이 버젓이 판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더 이상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가 금융사기 광고에 대한 필터링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든 CEO는 영국 정부로 하여금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 제정을 통해 금융사기 문제를 다루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온라인안전법은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에게 유해하고 불법적인 광고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주의의무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그들의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업들이 이를 어길 경우엔 1800만파운드(약 391억원) 혹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매출의 10% 중 더 높은 금액을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온라인 안전법은 영국 의회가 심사 중이다.

대표적인 사기광고 사례로는 암호화폐 사기 세력들이 일반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경우 등이 꼽힌다. 구글은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FCA)의 허가를 받지 않은 광고업자 등의 금융서비스 광고를 중단키로 했다. 금융사기 관련 대응을 강화한 것이다.

반면 메타는 아직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게 스탈링 측이 광고를 보이콧하는 이유다. 메타는 이미 앞서 2020년 플랫폼 상에 넘쳐나는 인종차별주의 발언과 코로나19 허위 정보에 대한 대처에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로 대기업 광고주들의 손절 사태를 겪은 바 있다.

2014년 런던에 설립된 스탈링은 270만명의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 최대 디지털은행 브랜드 중 하나다. 비즈니스 계좌도 50만개를 개설해 영국 비즈니스 뱅킹 시장의 7%를 점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카타르투자청, 피델리티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 기업가치는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로 평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탈링이 이르면 올해 추진할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대출 플랫폼을 인수하기 위해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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