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K라면 인기가 뜨겁다.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라면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 K콘텐츠 인기와 함께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라면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으로 풀이된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6억790만달러로 전년 동기(2020년 1~11월)보다 10.6% 증가했다. 라면 수출은 K콘텐츠 인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18년 4억1310만달러에서 2019년 4억6700만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2020년에는 6억달러를 뚫었다.
식품업계에선 K팝과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광을 안은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 문화 콘텐츠 인기와 맞물려 라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 덕으로 풀이한다. 여기에 코로나19 탓에 비상식량으로 라면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는 ‘홈쿡’ 트렌드가 번져 라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라면기업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짜파구리'의 주역인 농심의 경우 1986년 제품 출시 이듬해인 1987년부터 수출을 시작한 신라면의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처음 뛰어넘었다.
삼양라면은 지난해 '3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출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3억840만달러를 올렸다.
기업들이 그동안 쌓은 경쟁력 덕이다. 실제 한국의 간판 라면제품들은 해외 공신력 있는 매체들에게 맛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020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제품 리뷰사이트 '와이어커터'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신라면 블랙'을 꼽았다. 지난해에는 뉴욕 매거진 산하 웹사이트 '더 스트래티지스트'에서 신라면과 짜파게티가 '최고의 라면'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라면을 비롯한 K푸드의 약진에 '짝퉁 제품' 부작용도 생겼다. 일례로 삼양식품의 수출 효자 노릇을 하는 히트상품 불닭볶음면의 경우 중국 기업이 만든 짝퉁제품은 포장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해 일견 정품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패키지에 캐릭터 '호치'를 사실상 그대로 사용했고, 제품명' '불닭볶음면'까지 한글로 쓰여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최근 삼양식품을 비롯한 주요 식품기업과 함께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중국의 모조품 생산·유통기업인 청도태양초식품, 정도식품을 상대로 지적 재산권(IP)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CJ제일제당의 다시다·설탕·소금과 대상의 미원·멸치액젓·미역, 오뚜기 당면 등 9개 제품에 대한 상표권 등 침해 소송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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