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스미스(29·호주)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해 첫 대회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820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전년도 챔피언들만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스미스는 1라운드부터 내내 선두를 지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왕중왕’에 올랐다. 통산 4승을 쌓으며 상금 147만6000달러(약 17억7000만원)를 품에 안았다. PGA투어 72홀 경기에서 역대 최다 언더파 기록도 세웠다.
스미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잡아 최종합계 34언더파 258타를 기록했다. 공동선두로 출발한 ‘세계랭킹 1위’ 욘 람(29·스페인)이 매섭게 추격했지만 마지막 홀까지 1타 차를 지켜 우승컵을 차지했다.
스미스와 람은 이날 중간합계 26언더파로 나란히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초반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먼저 균형을 깬 선수는 스미스였다. 4번홀(파4)에서 먼저 버디를 잡고 1타 차로 치고 나갔다. 5번홀(파5) 버디로 람이 추격했지만 스미스는 틈을 주지 않았다. 같은 홀에서 버디로 응수한 데 이어 전반에 2타를 더 줄이며 달아났다.
후반에는 람의 추격이 시작됐다. 스미스가 파 세이브로 숨을 돌리는 사이 람은 11번홀(파3) 버디로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12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 스미스는 13번홀부터 다시 버디 행진을 시작하며 1타 차이를 지켜냈다.
숨막히는 승부는 18번홀(파5)에서 결판났다. 람이 먼저 버디를 잡았지만 스미스도 2m 버디로 응수하면서 1타 차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로 스미스는 PGA투어 역대 최다 언더파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까지 72홀 대회 기준 역대 최다 언더파는 2003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51·남아공)가 세운 31언더파 261타였다. 이후 19년 동안 이어져온 기록을 이번 대회에서 스미스가 34언더파 258타를 쳐 깼고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가 열린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의 페어웨이가 넓은 데다 대회 직전 비가 내려 그린이 부드러워지면서 버디쇼가 펼쳐진 덕이다. 스미스는 “35언더파가 목표였다. 1타가 모자랐지만 우승했으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람은 우승은 놓쳤지만 세계랭킹 1위는 굳게 지켰다. 그는 경기 후 “달콤씁쓸한 기분”이라며 “33언더파를 치고도 우승을 못 했다. 스미스는 정말 대단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글 2개와 버디 8개를 쓸어 담으며 하루에만 10타를 줄인 맷 존스(42·호주)가 3위(32언더파 260타)에 올랐다.
한국 골프의 간판 임성재(24)는 이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24언더파 268타,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3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4위로 올라섰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퍼트가 따라주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3라운드에서 그린 적중 시 1.43개였던 퍼트가 이날은 1.86개까지 치솟았다. 임성재는 “라운드 초반에 어이없는 실수를 많이 해 분위기를 못 탄 것이 아쉽지만 새해 첫 대회부터 톱10에 들어 만족스럽다”며 다음 대회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김시우(27)는 합계 17언더파 275타로 공동 23위, 이경훈(31)은 합계 13언더파 279타로 공동 33위를 차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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