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우한훙신반도체(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제조하겠다며 출범했다.
2017년 우한에 세워진 HSMC는 총투자액 목표로 1280억위안(약 22조원)을 제시했고 중앙정부와 우한시 등으로부터 153억위안을 받아냈다. TSMC의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했던 장상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반도체업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QXIC도 막대한 연봉을 내걸고 대만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했다.
두 회사는 막대한 투자금을 날리고 지금까지 단 한 개의 칩도 상업용으로 생산하지 못했다. HSMC는 지난해 6월 폐업했고 QXIC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밖에 청두거신 화이안더화이(HIDM) 난징더커마 등에도 수억달러의 정책자금을 투입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설립자들이 이렇다 할 기술도 보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애초부터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금을 노린 사기극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때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불린 칭화유니그룹이 지난해 구조조정에 들어간 주요 원인도 반도체 제조 부문의 무리한 투자가 꼽힌다. 칭화유니는 반도체 설계 중심 기업이었지만 2016년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창장메모리를 설립했다.
창장메모리는 2020년 말 월 30만 개 칩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었지만 모기업의 자금난과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사실상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부펀드가 칭화유니그룹 인수자로 확정되면서 창장메모리가 정상화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창장메모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앞으로 10년간 5000억위안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 기업의 현지 공장 생산분을 빼면 6%대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의 빅펀드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요식업, 시멘트 제조사를 포함한 수만 개 기업이 반도체 관련 회사인 것처럼 등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1기 빅펀드는 투자 대상을 너무 많이 선정해 성공 사례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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