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오페라 누볐던 홍혜란, 새해 희망을 노래하다

입력 2022-01-10 17:47   수정 2022-01-11 00:37

2011년 미국 뉴욕 메트오페라에서 주역으로 데뷔한 뒤 세계 오페라극장을 누벼온 소프라노 홍혜란(39·사진)이 5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가곡을 선사한다.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가곡 독창회 ‘소프라노 홍혜란의 희망’이다. 한국 가곡과 독일, 스페인 가곡을 들려준다. 화려한 아리아 대신 왜 가곡을 택했을까. 최근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홍혜란에게 물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소박한 일상을 되찾아주고 싶었어요. 공연 주제를 희망으로 정한 이유죠. 화려하진 않더라도 따뜻한 밥상 앞에서 서로 말 한마디라도 나누던 시절을 노래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홍혜란은 2011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했다. 메트오페라의 ‘멕베스’로 데뷔한 뒤 벨기에, 룩셈부르크, 러시아, 브라질 등을 오가며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하다 201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임용되면서 귀국했다. 이후 오페라 대신 갈라 콘서트 무대에 주로 섰다.

“2년 전에 아이를 낳고 예전처럼 활동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페라 경력에 공백이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었죠. 하지만 가곡을 공부하며 음악가로서 성숙하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홍혜란은 이번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세레나데’ ‘숭어’ ‘들장미’ 등을 연달아 들려준다. 슈베르트 음악에는 ‘상실’이란 감정이 담겨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슈베르트 가곡은 밝은 노래처럼 들리지만 그 속엔 허탈한 감정이 숨어 있다는 것. 일상을 잃어버린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공연 첫 부분에 배치했다고 한다.

스페인 전통 가곡도 들려준다. 스페인 작곡가 페르난도 오브레스가 쓴 ‘스페인 고전가곡’에 실린 작품 중 7곡을 추려 부른다. 스페인 민요를 바탕으로 탱고 리듬이 흐르며 화려한 성악 기교가 입혀진 곡들로, 국내에선 좀처럼 들을 기회가 없는 작품들이다. “스페인 가곡은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슬픔을 희화화하기도 하고, 끝없는 절망을 풀어내기도 하죠. 탱고가 녹아 있는 곡이라 색다른 박자와 선율로 관객들 마음을 움직일 거예요.”

공연 후반부에는 한국 가곡을 열창한다. 그가 2020년 발매한 음반 ‘희망가’에 실린 가곡 중 ‘산촌’ ‘진달래꽃’ ‘희망가’ 등 6곡을 들려준다. “앨범 발매 후 처음으로 무대에서 수록곡을 부르게 되네요. 2018년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들려드리고 싶었던 가곡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들으면 힘이 나는 노래들이죠.”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곡 사이에 해설도 직접 할 예정인데, 공연 전체를 그가 기획했다고 한다. “오페라를 할 땐 연출가의 지시를 따르는 데 몰두했는데, 지금은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느냐가 더 중요해졌어요. 소소하지만 따뜻한 밥 한 끼 같은 공연을 선사하고 싶어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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