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고용노동부는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해설서에서 “우울증, 직장 괴롭힘도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이거나 작업이나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경우라면 산재가 될 수 있다”고 원론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자살이나 스트레스성 질환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려면 두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 먼저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한 ‘산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산재’가 발생한 경우를 전제로 한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퇴근 사고 등 업무 자체와 직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폭넓게 인정하지만, 산안법상 산재는 ‘업무로 인해’ 발생한, 즉 업무에 내재된 위험성이 발현된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런 이유로 자살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자살 위험성을 내재한 업무가 어디 있느냐”며 법을 지나치게 확장 해석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두 번째로 사업주가 자살이나 우울증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내용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가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된다. 만약 이 관련 법령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이 담긴 근로기준법이 포함된다면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조치를 취하는 것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된다. 이를 위반한 경우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고용부 해설서는 이 관련 법령에 근로기준법이 포함됐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자살이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같은 질병이 중대재해로 인정되거나 사업주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법원에서 쟁점이 될 경우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같은 이유로 출퇴근 관련 재해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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