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재고만 10억원"…'대세' 명품 플랫폼 속앓이

입력 2022-01-10 18:03   수정 2022-01-18 15:27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등 최근 거래액이 급증한 명품 커머스 플랫폼 간 최후 생존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늘어난 거래액에 비례해 적자폭과 재고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가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은 지난해 거래금액이 3527억원으로 전년(2514억원) 대비 40.2% 증가했다. 발란의 지난해 거래금액은 3150억원으로 전년(512억원)의 여섯 배다. 트렌비는 지난해 11~12월 거래금액이 전년 연간 거래금액인 108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중반에 등장한 명품 플랫폼은 해외여행길이 막힌 코로나19 이후 거래액이 폭풍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지훈(머스트잇), 김혜수(발란), 김희애(트렌비) 등 톱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워 TV 광고를 하고, 70~90% 할인행사를 해 거래금액을 키웠다. 외부 투자도 이어졌다. 머스트잇은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와 130억원 규모 브리지 투자를 유치했다. 발란은 지난해 325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트렌비는 22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외형에 비해 내실은 아직 부실한 편이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발란은 64억원, 트렌비는 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오픈마켓인 머스트잇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13억원에서 17억원으로 늘었다.

과열된 마케팅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격이 경쟁력인 명품 플랫폼은 충성 소비자가 적다. 최저가를 찾는 이들을 잡으려면 할인행사를 열고 쿠폰을 뿌려야 한다. 지난해에는 회사별로 50억~80억원의 광고비까지 쏟아부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들은 엑시트나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높이려 거래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향후 1~2년은 출혈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액이 늘어나면서 재고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들이 들여오는 명품 브랜드 가운데 상당수는 여건상 반품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국내 정서상 소비자가 환불을 원하면 플랫폼들은 무조건 해줘야 한다”며 “환불이 돼도 해외 운송비와 반품비가 비싸 재고로 남기는 사례가 잦다”고 토로했다. 국내 명품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개별 수입업체가 사무실에 쌓아 놓는 재고만 10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병행수입 오픈마켓은 가품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명품 커머스 3사는 정품 보상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허청에 따르면 온라인 위조상품 신고 건수는 2019년 6661건에서 2020년 1만6693건으로 늘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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