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10일 기자와 만나 “한국의 리츠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내 리츠가 작년 총자산(AUM) 70조원을 돌파했지만, 국민 노후를 대비한 안정적인 투자처로 자리잡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2001년 시작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장기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2018년 정부의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상장 리츠가 급증한 덕분이다.
하지만 상장된 리츠의 시가총액은 2021년 12월 말 현재 18개사 7조원 안팎으로 미국의 150분의 1에 그친다. 유럽상장부동산협회(EPRA)에 따르면 세계 최대인 미국의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2020년 기준 1조2060억달러(약 1420조원)에 달한다. 일본(1402억달러)을 비롯해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호주(1073억달러)나 영국(832억달러) 등은 물론 인구가 적은 싱가포르(752억달러)보다 시장이 작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민의 노후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배당을 더 쉽게, 자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6개월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리츠 운용사들은 매번 결산하고 주주총회 의결을 받는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적·시간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처럼 매달 배당을 하려면 매월 주총을 열어야 한다. 정 회장은 “월 배당을 쉽게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고령화사회에 더 많은 개인투자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투자받은 돈으로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개발형’ 리츠의 상장 문턱을 다시 낮춰 상품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리츠는 부동산 시장에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며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혜택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호/윤아영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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