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저축은행별로 살펴보면 퇴직연금 시장 ‘빅3’인 페퍼·OK·SBI저축은행 모두 최근 1년 새 예·적금 잔액이 수천억원 불었다. SBI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2020년 말 1조1000억원에서 작년 12월 1조6700억원으로 52% 늘었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2조원→2조2000억원), 페퍼저축은행(2조1000억원→2조5000억원)도 증가세를 보였다.
저축은행의 무기는 금리 경쟁력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저축은행 퇴직연금 수신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연 2.92%의 금리를 주는 유안타저축은행의 정기예금(3년 만기)이었다. 1년 만기 상품으로 한정해도 푸른·드림(연 2.80%), 스마트(연 2.75%), 유안타(연 2.72%), 모아·OSB(연 2.70%) 등 3%에 근접하는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 적지 않다.
반면 시중은행 예·적금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인 SC제일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2.1%(5년 만기)에 그쳤다.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연 1% 중후반이었다. 수익률뿐 아니라 저축은행별로 5000만원까지 원리금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전체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적립금 가운데 저축은행 예·적금이 차지한 비중은 2019년 말 3.5%에서 2020년 말 6%로 커졌다.
저축은행으로서도 퇴직연금은 ‘효자 상품’이다. 저축은행이 가입자에게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기 때문에 모집 비용이나 영업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 일반 예·적금과 달리 퇴직연금에선 고객이 돈을 금방 빼지 않고 비교적 장기간 돈을 넣어두는 덕분에 안정적인 자금 운용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2018년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해 저축은행 예·적금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추가했다. 이후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는 저축은행 수는 2018년 23곳에서 지난해 32곳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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