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법안이 그렇듯, 이 법 또한 ‘인권 존중’이란 좋은 의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법이 실제 적용되는 과정에서 취지와는 무관하게 엉뚱한 부작용과 폐해를 낳는 사례를 무수히 봐왔다.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한다며 도입된 임대차 3법이 전셋값 폭등과 전세난민을 양산한 게 비근한 예다.
인권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이를 근거로 외국인근로자 고용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의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개정 작업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처럼 모호하고 불명확한 규정으로 논란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들 사이에선 하청공장 인권 문제까지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 데다, 남녀차별 인종차별 등 걸면 다 걸리는 이현령비현령식 규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임기 말에 벼락치기 하듯 서두르는 점이다.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6월 입법예고 이후 연말 국무회의 통과 때까지 공청회는 물론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에 의견 조회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중견·중소기업들은 이런 법안이 추진되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독일의 기업 인권법인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은 4년간 모니터링을 거치고서 입법돼 내년부터 시행한다.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은 법제화까지 13년이라는 긴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 이에 반해 임대차 3법은 축조 심의도 없이 개정됐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개정 바로 다음날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법 역시 법안 심의에 들어가 국회를 통과하는 데 단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 국회는 졸속 처리가 습관화돼 있다.
최근 논란인 노동이사제에서 보듯, 인권기본법이나 관련 법 개정 또한 ‘입법 폭주’ 소지가 다분하다. 입법이나 규제를 신설할 때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경제·사회·과학적 영향 분석도 필수적이다. 그래야 법 취지와 결과가 따로 노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정권 말 업적 쌓기에 급급해 ‘규제의 역설’에 빠지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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