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대표 "지난 2년간 쳐다보지도 않았던 가치株 사라"

입력 2022-01-11 17:39   수정 2022-01-12 11:22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올해로 20년차 펀드매니저다. ‘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여전히 ‘올해의 펀드매니저’ 자리를 놓치지 않는 현역이다. 그가 운용하는 마이다스에셋책임투자펀드의 3년 수익률은 100.75%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1.38%)의 두 배가 넘는다.

투자 성향으로 분류한다면 ‘성장주 매니저’에 가깝다. 성장주가 시장을 지배했던 지난 2년간 마이다스가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 그가 올해 테마로 ‘가치주’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재미가 없어 쳐다보지도 않던 주식을 사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가치주의 반격이 시작된다
가장 큰 이유는 중요한 투자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급등이다. 지난 7일 기준 연 1.765%까지 오르며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를 끌어오는 성장주는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3월에도 금리가 급등한 적이 있다. 가치주가 반짝 상승하다가 성장주가 얼마 안 가 주도권을 되찾았다. 신 대표는 “올해는 작년과 다르다”며 “지난 2년간 소외됐던 가치주 상승세가 투자자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가치주로 눈을 돌린 두 번째 이유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다. 신 대표는 “기업 오너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 용인돼왔는데, 최근 개인 주주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기존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에 대해 여야 대선 후보가 잇따라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신 대표는 “앞으로 주주 이익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회사는 투자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알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그 자회사가 상장할 것이라는 우려에 주가가 묶여 있던 가치주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둔 기업’을 발굴하라
보유한 자산 가치가 많은데 시장과 잘 소통하지 않는 ‘은둔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본사가 지방에 있고, 기업설명회(IR)에 소극적이며, 주가 관리에 관심이 없던 회사”라고 신 대표는 표현했다. 행동주의펀드가 관심을 둘 만한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신 대표가 가치주에 주목하는 세 번째 이유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영향력이다. 신 대표는 “지난 2년간 성장주 상승이 가속화한 데는 이들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ETF의 영향력이 컸다”며 “시장 흐름이 가치주로 바뀌면, 성장주 ETF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가치주 ETF로 돈이 유입되면서 반대 흐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에서 올해 1분기에는 주식 포트폴리오의 절반은 가치주로 채워넣으라고 조언했다. 눈여겨볼 만한 업종군으로는 철강·조선·건설·건자재·자동차부품 등 중후장대산업을 꼽았다. 가치주를 선별하는 기준으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 이하, 주가수익비율(PER) 6~7배 이하인 종목을 추천했다. 지난 4일 하루에만 25% 오른 KCC 같은 종목을 발굴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삼성물산과 한국조선해양 지분 가치는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성장주 투자전략도 바꿔야
성장주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년간 주식시장을 지배했던 ‘스토리가 있는 주식’보다는 숫자가 뒷받침되는 성장주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목하는 것은 ‘녹색 투자’ 관련주다. 신 대표는 “지난해 배터리 소재주가 좋았다면, 올해는 배터리 장비주의 성과가 좋을 것”이라며 “소재주는 원재료 인상 타격을 피한 반면 배터리 장비주는 세계적인 증설 과정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를 정화해주는 스크러버 등을 만드는 기업도 녹색 투자 관련주에 포함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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