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직장인들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요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중 37.9%, DC 가입자 중 34.4%가 MZ세대다. 퇴직연금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장기 근속과 퇴직급여 적립을 통해 시장의 성장을 이끌 주축 세력이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여러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서베이는 퇴직연금 운용의 장기 방향성을 엿볼 기회가 됐다.
MZ세대가 예상하는 은퇴 연령 구간은 60~64세가 35%로 가장 많았다. 65세 이상도 24%에 달해 총 60% 정도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정년퇴직 시기를 넘어 은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50세 미만 조기 은퇴 예상은 전체 응답자의 14%에 머물렀다. 언론을 통해 조명받아 온 파이어족 트렌드와 MZ세대의 현실 은퇴 인식 간에 온도차가 나는 이유는 경제적 제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 대상 MZ세대의 부동산을 포함한 총자산 평균액은 2억9000만원, 중간값은 7600만원 정도였다. 금융자산 평균액이 6200만원 선으로 총자산의 21%를 차지했다. 한편 DC형 퇴직연금 적립액 평균은 1974만원이며, 은퇴 시점 퇴직연금 자산으로 전체 응답자의 72%가 2억원 미만을 예상했다. 은퇴 시 예상 퇴직연금 자산을 1억원 미만으로 본 응답자는 전체의 47%였다. 조기 은퇴를 일반적으로 꿈꾸기에는 은퇴자산 축적이 미진하며, 미래에 대한 예상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평가되는 대목이다.
MZ세대 중 총자산 상위 분위(상위 20%, 5억8000만원 이상)는 실적배당 상품 편입 비중이 41.4%로 총자산 하위 분위(하위 20%, 1500만원 미만)보다 8%포인트 높았다. 총자산 상위 분위의 운용수익률은 상위 구간인 연평균 3.7~7.5% 미만을 올린 경우가 23%, 최상위 구간인 연평균 7.5% 이상을 올린 경우가 30%에 달할 정도로 운용 성과가 전반적으로 우수했다. 이는 시니어 세대와 달리 자산 인출보다는 자산 축적 시기인 MZ세대 연령대 특성을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자유 획득을 위해 퇴직연금을 포함한 여러 방면의 자산을 동원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DC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운용 지시를 잘 하지 않고 방치하는 현실과 달리 MZ세대는 최근 실적배당 상품 위주로 자산배분 변경을 시행한 비중이 28%로 상당히 높았다. 이외에 자신의 적립금 현황과 자산배분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는 퇴직연금 고관심층일수록 투자 성과가 좋았으며,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투자상품을 동원한 자산배분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생각보다 현실 지향적이며, 주식 직접 투자뿐 아니라 퇴직연금 등 주요 자산 계좌 전반에 걸쳐 금융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MZ세대에 초점을 둔 금융투자 교육과 은퇴 설계 및 상품 전략을 구상할 때 참고할 부분이다.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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