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2일 14: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단기' '공단기' 브랜드로 유명한 에듀테크기업 에스티유니타스가 인수했던 미국 대표 입시업체인 프린스턴리뷰를 매각한다. 국내 교육 스타트업이 글로벌 대형 교육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로 화제가 된 지 5년만에 결별을 맞게됐다. 국내 교육시장의 침체로 본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결국 알짜 자회사를 현금화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렸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는 프린스턴리뷰의 매각을 두고 글로벌 기업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중이다. 회사는 2017년 초 미국 매치그룹으로부터 약 1200억원에 프린스턴리뷰 지분 100%를 사들였다. 잠재 매각가로는 4000억원 이상이 거론된다.
프린스턴리뷰는 1981년 설립된 유학·입시교육 전문회사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전세계 20여개 국가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대학원입학자격시험(GRE) 등 세계의 미국 유학 준비생들이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시험에 대비하는 어학원과 컨설팅, 교육 출판 등의 사업을 운영한다. 프린스턴리뷰의 미국 내 대학평가 순위는 가장 권위 있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에스티유니타스는 학원과 출판업 등 오프라인 중심이던 프린스턴리뷰의 사업구조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하면 큰 시너지를 볼 것으로 내다봐 '베팅'했다. 토익 강의 서비스 '영단기', 공무원 시험 강의 서비스 '공단기'의 성공요인인 '프리패스'(1년간 제한 없는 온라인 강의 수강권)와 ‘환급모델’을 프린스턴리뷰에 도입해 SAT 시험에서 목표 점수에 도달할 때까지 강의를 무제한 제공하는 '스코어 개런티' 서비스를 내놓았다.
전략은 적중했다. 프린스턴리뷰는 주인이 바뀐 2017년만해도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 영업이익으로 약 193억원(17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집단감염증 이후 비대면 분야 사교육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프린스턴리뷰는 호황을 맞이했다.
이처럼 회사가 순항하는 데도 재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에스티유니타스의 본업인 국내교육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에스티유니타스는 프린스턴리뷰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해 적자가 쌓이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 때 '학원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며 스카이에듀(현현교육)를 인수하는 등 잇따른 M&A로 덩치를 키웠지만 학령인구수의 감소로 사교육 시장이 침체하고 공무원 교육 시장에서도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프린스턴리뷰 인수 과정에서 단기간 외부 차입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재무부담도 커졌다.
결국 회사는 2020년 글로벌PEF인 베인캐피탈로부터 약 1200억원을 급히 수혈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긴축 경영에 나서야 했다. 최근엔 온라인 수능강의 플랫폼인 스카이에듀를 폐쇄하는 등 성인교육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업계에선 에스티유니타스의 부진과 별개로 프린스턴리뷰는 순항하는 만큼 이번 매각으로 큰 차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한 때 매각설까지 나왔던 공단기·영단기 등 기존 브랜드를 정상화하는 데 투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을 통한 차익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영단기 공단기 등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라며 "프린스턴리뷰의 브랜드 입지도가 탄탄하고 실적도 개선돼 매각절차는 순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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