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권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으로부터 시작된 '멸공 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훈련소에서 '멸공의 횃불' 안 불렀나. 불만이 있다면 그때 항의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당히들 좀 해라. 구역질이 난다. '멸공'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낱말을 사용할 타인의 권리를 빼앗아도 되는가"라며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난 동의하지 않는다', '난 그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하면 될 것을 확대해석했다"라고 적었다.
그는 "억지 명분을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저 속이 들여다보이는 80년대 운동권 수작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며 "과거 6·25 전쟁이 했던 역할을 이제 민주화 운동이 하는 것 같다. 고작 이 꼴을 보려고 운동을 했느냐. 대중가요 검열하고 음반 뒤에 건전가요 끼워 넣던 박정희, 전두환과 뭐가 다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구호가 멸공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고 하는 게 역겨워서 한마디 한다"며 "훈련소에서 '멸공의 횃불' 안 불렀나. 불만이 있다면 그때 항의를 해야 했다. 진심으로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군가목록에서 그 노래를 없애자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집단으로 따져야 하는데 왜 가만히 있나"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여러 차례 ‘멸공’ 해시태그를 올리면서 처음 시작됐다. 정 부회장은 친여 인사들로부터 '멸공할 것이라면 군대에 갔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자 "(북한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 데 안전이 어디 있나"라며 "사업하면서 (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전쟁 위험 때문에 보험 할증도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끈을 어디서 매야 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 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며 사실상 정치권 내 이념 논쟁을 촉발한 '멸공' 이슈를 더는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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