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반도체라는 하나의 길로 발전해온 데 비해, 양자정보 기술은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 모색 중이다. 처음부터 핵자기공명 방식을 비롯해 스무 가지가 넘는 방식이 제안됐다. 최근 초전도와 이온 방식이 대세를 이루며, 양자광학·양자점·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방식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2001년 IBM이 세계 최초라고 발표한 양자컴퓨터는 NMR(핵자기공명) 방식으로, 유기물 분자의 핵스핀 일곱 개를 큐비트 삼아 15를 3과 5로 소인수 분해했다. 모든 원자 가운데에는 원자핵이 있고, 이 핵 안에 있는 양성자나 중성자를 핵자라고 하는데 팽이가 도는 것과 유사한 성질인 스핀을 갖고 있다.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핵은 방사능을 띠고 있어 위험하다. 하지만 핵자기공명 양자컴퓨터의 핵은 아무런 위험도 없고, MRI라고 부르는 자기공명영상 장치와 같은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NMR 방식은 큐비트 개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일찌감치 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여겨진다.
양자컴퓨터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오류를 다루는 문제다. 보조 역할을 할 큐비트 개수가 주된 큐비트의 수십 내지 수백 배가 필요해 배보다 배꼽이 크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큐비트 열 개 정도에 해당하는 양자컴퓨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되는 방식이 니스크(NISQ)로, 오류가 있지만 적당한 규모의 양자컴퓨터부터 해나가자는 추세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비교하는 데도 단순히 큐비트 개수만이 아니라 양자 연산을 해낼 수 있는 횟수까지 고려한 양자볼륨 등 다양한 척도가 개발되고 있다.
한국인 교수가 창업에 참여한 이온큐(IonQ)사의 시스템은 32큐비트지만, 초전도 큐비트보다 안정적이고 오류 수정에도 많이 유리하다고 한다. 초전도 큐비트 수천 개를 사용하는 캐나다의 디웨이브사 제품은 진정한 양자컴퓨터가 아니라고 무시당했지만, 양자풀림이라는 방식을 이용해 최적화 문제와 금융 문제 등에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NEC도 최적화 문제에 적합한 수천 큐비트짜리 양자신경망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기대효과도 큰 양자정보 기술이 출발점을 떠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2019년 이후 매년 거의 두 배 이상씩 정부의 연구 투자가 늘면서 연구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성균관대에 설치한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와 함께 양자해커톤이라는 양자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국내에는 양자컴퓨터 사용자가 500여 명에 이르고 특히 젊은 대학생들이 많다. 대한민국 양자정보 기술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교수 jaewan@kia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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