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민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며 “저를 포함해 정치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거 국민 분열과 관련해 ‘남 탓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달리 자신에게도 책임을 돌린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종교 지도자들께서 잘 이끌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진영 간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0월 7대 종단 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국민 통합에 노력해왔지만 큰 진척이 없다. 정치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야권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간담회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오랜 기간 고통을 나누며 함께 노력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불교계를 ‘콕’ 집어 “심지어 부처님 오신 날 경축법회와 연등회 같은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까지 방역을 위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줬다”고 했다. 여권과 갈등을 빚은 불심을 돌려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의 반발을 초래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기업의 노력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며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협력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과 참여가 중요한 만큼 종교 지도자께서 탄소중립을 위한 생활 속 실천운동을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원행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은 “금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며 “국민들이 분열되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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