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점은 작년 6월 광주 ‘학동 참사’(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의 시공사도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는 사실이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공사가 7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를 또 낸 것이다. 시공능력 9위인 굴지의 건설사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그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지만, 현장에선 아래층 콘크리트 양생이 덜 된 상태에서 공사(꼭대기 39층 콘크리트 타설)를 무리하게 진행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일 수 있다. 이처럼 공기(工期) 단축 시도 등 건설현장의 고질적 관행이 원인이라면 원·하청 여부를 떠나 시공사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동 참사 기소자(9명) 중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장소장 한 명뿐”이라며 원청회사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아 유사 사고가 터졌다는 비판도 반박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안전보건 체계를 갖춰온 기업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의 약 60%가 발생하는 건설업계에선 사고 가능성이 큰 주말과 휴일의 안전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도 매출의 10%를 안전관리에 투자할 정도다. 이런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기는커녕 관련 법령의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사고 책임을 철저히 따져야겠지만, 거기에 머물러선 물류센터 화재 등 되풀이되는 대형사고를 막을 수 없다. 중대재해법만 시행하면 180도 달라진 안전한 나라가 될 것처럼 장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불의의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취임 초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대통령이 호언(豪言)했지만 현실이 어땠는지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공장, 건설현장 등 사업장의 업무 관행과 문화의 혁신이 중요하고, 제도를 무조건 강화할 게 아니라 효율적이고 현실성 있게 다듬는 게 먼저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조항을 갖춘 중대재해법을 더 강화하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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