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선거의 디지털화가 이미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블록체인 신분증 도입으로 널리 알려진 에스토니아는 2005년부터 전자투표(i-Voting)를 시행해왔으며, 2019년 3월에 시행된 의회 선거에서는 40% 이상이 전자투표를 활용했다. 다만, 에스토니아 전자투표 시행 후 투표율 자체가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도 2004년부터 일부 주에서 전자투표가 시행되어 왔으나, 현재는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 중단된 상태이다. 전자투표 확대는 해외 스위스 유권자의 참정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선거의 디지털화 추세에 따라, AI 기술이 선거에 활용되는 사례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예측에 성공했을까. Polly는 바이든의 당선을 예측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주별 선거결과의 예측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플로리다에서 바이든이 52.6%를 득표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트럼프가 51.2%를 득표하며 승리했다. 어드밴스드 심볼릭스는 일반적으로 공화당에 투표하는 쿠바계 미국인들을 샘플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측에 실패했다고 분석했으며, Polly를 추가적으로 학습시킴으로써 예측정확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세대별로 소셜미디어 이용 여부와 주이용 플랫폼의 차이가 큰 국내 환경을 고려 시, AI를 활용한 선거결과 예측은 해외 대비 더욱 까다로운 과제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AI가 대변인이 아닌 후보로서 나선 사례도 존재한다. 2018년 4월 일본 도쿄도 타미시 선거에는 AI 후보가 출마하여 화제가 되었다. 일본 선거법상 AI는 후보가 될 수 없는 관계로 마츠다 미치히토라는 이름의 후보가 대신 출마했으나, 당선 시 인공지능에게 시정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AI는 실제 사람과 달리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으므로 효율적인 예산분배와 같은 시정 업무를 더욱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츠다 미치히토가 낙선되어 AI가 시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20년 미국 트랜스휴먼당 당수이자 미래학자인 졸탄 이스트반 역시 미래에 AI 정치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실행하는 것이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실행하는 것보다 더 건전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이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투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단, AI 알고리즘에 대해 투명하게 알림으로써 유권자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A사가 개발한 AI 정치인인가, G사가 개발한 AI 정치인인가를 두고 투표하는 것은 후보자의 선거 포스터만 보고 투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후보자의 공약을 보고 투표하듯 AI 알고리즘 구조를 파악하고 투표해야 하며, 이를 위해 투명하고 설명력을 갖춘 알고리즘 설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선호도보다 정확하고 현명하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의 선호와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임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마츠다 미치히토는 AI는 사리사욕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AI가 활용하는 데이터에서 이미 사리사욕과 선호체계가 반영되어 이를 완전 배제하는 것은 불가하다. 더구나 분석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수많은 문제들이 존재하므로, AI는 인간의 선호를 배제하기보다는 인간의 선호를 더 잘 반영하는 데에 활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익스펙트.AI는 소셜미디어 상에 나타난 유권자의 감정을 분석하는데, 이를 통해 유권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여 공약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가능성은 민주적 선거에 AI 기술 발전이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AI의 잠재력이 꽃을 피워, 더욱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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