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군 장병은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국립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참배를 강요했다며 "대선이 두 달 남은 시점에 특정 대통령의 묘소를 단체로 참배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이동코스 축소 과정에서 특정 묘역만 계획에 반영돼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13일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특정 대통령 묘소 참배 관련 제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제보자 A 씨는 "지난 1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 답사 겸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답사 중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를 참배하는 문제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묘소에서 해설사는 '5~9대에 걸쳐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만을 설명했다"며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와 국방부 지침으로 정치적 중립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라고 당부한 이 시점에 명과 암이 분명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단체로 가서 참배한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참배 당시 불만을 제기한 병사들이 다수 있었고, 개인의 신념으로 참배를 거부한 병사도 있었다"며 "굳이 특정 대통령의 묘소를 단체로 참배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정 대통령의 묘소를 방문하게 하고 참배를 강요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병사들의 정치적 신념을 무시하고 참배를 강요한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을 고발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이러한 제보를 두고 "사려 깊지 못한 일로 불편함을 느낀 용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최초에는 정규 탐방코스(3시간)로 계획하려 했으나 다수용사들이 탐방하는 관계로 가용시간을 고려해서 이동코스를 축소하여 실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특정 묘역만 계획에 반영됐고, 이로 인해 오해가 발생했다"며 "현충원 탐방의 목적과 취지와는 다르게 탐방계획을 세심하게 반영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차후에는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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