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던 여성을 폭행하고, 성관계하는 모습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인디밴드 가을방학 멤버 정바비(본명 정대욱)의 첫 공판에서 재판장이 "좋은 곡을 많이 만들라"고 덕담을 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성대 부장판사 심리로 정바비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폭행 혐의 첫 공판이 진행됐다.
정바비는 2019년 7월30일 전 연인이자 20대 가수지망생이던 여성 A씨의 신체부위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정바비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동의 없이 촬영을 했다고 주변에 호소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바비는 A 씨 뿐 아니라 지난해 7월 12일부터 9월 24일까지 또 다른 여성 B 씨를 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도 있다.
정바비는 폭행 혐의는 일부 인정했지만 불법촬영 혐의는 부인했다.
정바비 측 법률대리인은 재판에 앞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동영상 촬영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다"면서 "공소사실 중 B 씨의 뺨을 때리고 오른팔을 잡아당긴 것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인한다"면서 폭행 혐의 일부만 인정했다. 불법촬영이 아닌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촬영을 했다는 것.
이후 다음 공판 기일을 정하면서 재판장은 "재판이 끝났으니 묻겠다"며 "직업이 작곡가면 케이팝을 작곡하나, 클래식을 작곡하나"라고 재판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질문을 했다.
이에 정바비는 "대중음악이나 케이팝은 아니다"고 답했고, 재판장이 "우리가 아는 노래가 있냐"고 다시 묻자, 정바비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나도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물어봤다"면서 "좋은 곡을 많이 만들라"고 덧붙였다.
공판이 끝난 후 A 씨의 유족은 분통을 터트렸다. A 씨 측 변호인은 "성범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좋은 곡을 많이 만들라'고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A 씨의 아버지 역시 취재진에게 "수사기관부터 재판부까지 가해자의 입장에서 진행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A 씨 유족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정씨의 불법촬영 혐의는 기소의견, 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유족의 항고로 B 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이 A 씨 사건을 재수사한 뒤 기소했다.
한편 정바비의 다음 공판은 3월 23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