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호사헐 제 옥골선풍 고운 얼굴 분세수(粉洗手) 정이하야 긴 머리 곱게 따 갑사(甲紗)댕기 듸렸네.’
춘향가에서 글공부를 하다 말고 놀러 나갈 채비를 하는 이몽룡을 묘사한 구절이다. 여기서 ‘분세수’는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화장을 뜻한다. 물에 적신 쌀가루를 얼굴에 바른 뒤 잿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이몽룡은 왜 분세수를 했을까. 조선시대에는 흰 얼굴이 양반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조선시대 남성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요즘 남자들도 다르지 않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남성용 색조 화장품, 남성만을 위한 미용실인 바버숍이 등장한 지는 꽤 됐다. 최근에는 남성 전용 네일숍, 남성을 겨냥한 피부과 시술 상품 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30대 럭비남’이 이런 소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원 두 명이 각각 손과 발을 맡았다. 손발톱을 깎아 길이를 조절하고 모양을 다듬었다. 손발톱 주변의 큐티클(각질)을 제거한 뒤 영양제를 뿌렸다. 차량에 광택을 내듯 손톱 표면을 윤기 있게 만들었다. 소금 스크럽(각질 제거제) 등을 사용해 발바닥 각질도 말끔히 없앴다. 마지막으로 발바닥 팩을 하고 풋크림을 발라 마무리했다.
정갈해진 손과 발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목욕탕에서 세신을 받고 나온 것처럼 개운했다. 샐리 DK옴므 원장은 “기존에는 무좀 내성발톱 등으로 고민하는 40~50대 남성 고객이 대부분이었다”며 “2년 전부터 젊은 남성들이 늘기 시작했고 특히 30대 고객이 여섯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용 서비스를 받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남성 전용 공간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잠원동 더리버사이드호텔에 있는 남성 전용 스파 ‘더메디스파’가 대표적이다. 몸속 독소와 노폐물 배출을 돕는 수기관리(마사지) 서비스가 인기다. 1인용 고급 소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릴렉스룸을 비롯해 노천탕, 레스토랑, 미팅룸 등을 갖추고 있어 사업을 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피부과에서 남성들이 가장 많이 받는 시술은 ‘울쎄라’다. 초음파를 활용해 볼과 턱 등 얼굴의 전체적인 선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시술이다. 팔자주름을 개선해주고 턱선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인모드’도 많이 받는다. 고주파 열을 사용해 피부 속 콜라겐을 재생시켜 준다. 이 밖에 콜라겐 재생유도물질을 피부에 침투시키는 ‘스킨부스터’, 고주파를 사용해 피부 탄력과 피부결을 개선하는 ‘써마지’가 인기 시술로 꼽힌다. 시술 가격은 울쎄라와 써마지가 150만~250만원대로 가장 비싸다. 인모드와 스킨부스터는 각각 25만~40만원, 25만~50만원이다. 피부과를 찾는 남성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이디피부과에 따르면 지난해 내원한 남성 가운데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31.4%)와 40대(19.8%) 순이었다. 아이디병원 관계자는 “30대 남성들이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추세”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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