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인간을 제외하고 고리가 달린 도구를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로 알려졌다. 새의 두뇌는 아둔한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이지만 실제와는 다르다. 새는 놀이를 즐길 줄도 알고 남을 속일 수도 있다. 남의 노래를 똑같이 흉내 낼 수 있는 지적 능력도 갖추고 있다.
30년 넘게 과학과 자연, 사람에 관한 생물학 이야기를 써온 제니퍼 애커먼은 《새들의 방식》에서 새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새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다. 애커먼은 전 세계 각 지역을 다니며 새 연구자들을 만나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 새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저자는 영리한 포유류의 영역으로만 알려졌던 속임수, 외도, 납치, 영아살해, 놀이, 문화 등의 능력을 새로부터 밝힌다. 작은 은둔벌새는 다른 수컷의 노래 소리를 모방해 사칭하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젊은 새가 다른 수컷의 소리를 귀담아들은 후 숲속에 들어가서 맹렬히 연습한다. 이 어린 흉내꾼 새는 자기가 모방한 새를 죽인 후 그 자리를 차지한다.
호주 북부에 사는 솔개, 갈색매, 휘파람 솔개는 불을 직접 내는 ‘불매’로 알려져 있다. 산불 속으로 들어가서 타들어가는 막대기를 집어와 아직 타지 않은 풀 위로 떨어뜨려 불을 퍼뜨리는 것이다. 이는 숨어 있는 먹잇감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불매는 인간만이 불을 사용할 수 있다는 통념을 깨뜨린다.
책에 따르면 일부일처가 새의 일반적인 짝짓기 방식이라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새는 바람을 피우고, 한 둥지에 있는 새끼의 부모가 모두 다른 ‘막장 드라마’를 찍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새가 헌신적이고 영원한 커플이라는 낭만적인 생각은 인간이 만든 신화라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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