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 국민연금 체계가 마련된 것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이다.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0%에서 15.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60%에서 50%로 내리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치권 반발에 보험료율 인상은 무산되고, 소득대체율만 40%까지 내리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했지만 무산되고, 공무원연금 개혁만 간신히 이뤄냈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은 1988년 3.0%로 시작해 1998년 9.0%까지 오른 뒤 24년째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연금개혁에 들어갔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대까지 올리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청와대가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개혁은 표류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개혁을 미루면서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고 있다. 2015년 추계 당시 2060년으로 예상됐던 고갈 시기는 작년엔 2055년으로 앞당겨졌다. 빠른 고령화 속도와 함께 노인빈곤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0.4%로 집계됐다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 OECD 37개국 중 1위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 평균(14.4%)의 세 배에 달한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기준 17.3%로 G5보다 낮다. 하지만 2025년엔 20.3%로 미국(18.9%)을 제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2045년에는 37.0%로 세계 1위 일본(36.8%)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경연은 고령화와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공적연금은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후생활의 주요 소득원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 비중(25.9%)이 G5 평균(56.1%)보다 현저히 낮았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이 당장 이뤄지지 않으면 막대한 세 부담이 미래 세대에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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