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선봉에 선 것은 신 회장의 남다른 관심 때문이다. 2015년 10월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그는 “앞으로 (면세업계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내수 중심인 백화점·마트와 달리 외국인이 주요 구매자(84%, 2019년 말 기준)인 면세 유통에선 충분히 글로벌 1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롯데면세점 매출은 10조원으로 글로벌 2위까지 올라섰다.
전대미문의 악재로 여겼던 글로벌 팬데믹을 계기로 롯데면세점은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전환(DT)에 생존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DT사업부를 신설했다”며 “여행 준비에서부터 면세 쇼핑, 출국에 이르는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올 상반기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예정된 DT부문 투자액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면세점 명품관인 ‘소공 1번지’를 글로벌 면세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롯데는 1996년 롯데인터넷백화점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업계 최초로 선보일 정도로 앞서나갔지만, 최근 성적표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메타버스가 신 회장의 반전 카드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 등 아시아 큰손들의 명품 수요가 엄청나다”며 “명품 경쟁력이 뛰어난 롯데면세점을 활용해 롯데만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1984년 루이비통에 이어 1985년 글로벌 면세점 중 처음으로 에르메스를 입점시켰다. 1986년 샤넬까지 들어오면서 일찌감치 ‘에·루·샤’를 완성했다.
면세사업 규제 강도가 완화되고 있다는 것도 호재다. 관세청은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할 수 있는 ‘역직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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