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으로 꼽힌다. 의원들은 이런 특권들을 방패로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쏟아내고, 비리를 덮는 데 악용했다. 혁신위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발언할 땐 징계키로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현행 ‘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에서 ‘본회의 보고 즉시 기명투표’로 바꾸기로 했다. 뭉개기나 깜깜이 표결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관건은 실천이다. 정치권은 그간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겠다고 국민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공약했다. 면책특권, 불체포특권 폐지만 하더라도 20년 가까이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키지 않았다.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뒤 72시간 내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는 것으로 찔끔 손질한 바 있으나, 본회의 자체를 미루는 식으로 비리 의원을 보호해 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권을 개혁하겠다고 말만 하고 실행은 없는 이른바 ‘NATO(no action talking only)’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의원 세비 30% 삭감, 무노동무임금, 부정부패 원인자에게 선거비용 부과,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추진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일이 되풀이됐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공수표를 날릴 거면 추진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진정성이 있다면 말로 하지말고 당장 법을 고치면 된다. 과반 의석을 차지했으니 못 할 것도 없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의결한 윤미향·이상직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 제명안의 조속 처리가 혁신 의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혹여라도 면책특권 제한을 야당 의원 입막음을 위한 ‘꼼수’로 활용할 거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낫다. 아울러 여야는 100여 개에 이르는 의원들의 온갖 특권과 특혜도 대수술해 ‘고비용 저효율 집단’인 국회를 혁신하는 데 힘을 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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