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고생이 보낸 위문편지의 일부다. 꽃무늬 편지지에 정성들여 쓴 손글씨가 예쁘고 정겹다. 이 편지는 동아리 대표로 군부대를 방문한 경험까지 곁들이며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 다른 위문편지들의 형식적인 문구와 대조적이다. 이 편지를 받은 장병은 제대 후에도 오랫동안 집에 간직해 오고 있다고 한다.
위문편지는 대부분 학교에서 단체로 쓴다. 이런 관습은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비롯됐다. ‘서대문소학교 아동들이 위문문 413통을 기증했다’(1939년 8월 3일, 동아일보)는 기록이 남아 있다. 광복 후 일시 중단됐다가 1949년 되살아났다. 6·25전쟁 중엔 최전방 참호까지 편지가 배달되곤 했다.
다른 나라에도 군인들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는 문화가 있다. 미국과 인도 등에서 매년 초·중·고생들이 편지를 써서 보낸다. 주한미군들은 한·미 양국에서 편지를 받는다. 크리스마스 땐 각양각색의 그림편지까지 쏟아진다. 초등생이나 유치원생들의 천진난만한 문구에는 다들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추상적인 대상을 향한 단체편지이기에 마지못해 쓰는 경우가 많다. 최근 두 여고생이 보낸 조롱성 편지는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고3이라 뒤지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비누는 줍지 말고’ 등의 내용이 문제였다. 봉사활동 점수 때문에 억지로 쓴 사실이 알려지자 파장이 커졌다. 급기야 ‘휴대폰 병영에 위문편지가 웬 말이냐’ ‘여고생 위문편지를 금지하자’는 청원까지 쏟아졌다.
일부 온라인에선 남녀 대결 양상으로 변질됐다. 모두 감정이 격해진 모양이다. 이런 태도는 비이성적이다. 한두 명의 일탈 때문에 모두를 문제 삼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처럼 편가르기 싸움에 휘둘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일을 알린 병사 역시 ‘다들 예쁜 편지지의 좋은 말을 받았는데 (동료)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속상했을 뿐’이라고 했다. 너무 정색 말고 철부지 학생의 실수 정도로 넘기자. 때론 위문만큼 아량도 필요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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